애꿎은 사람만
업무 중에 사적인 통화는 거의 안 하는 편이다.
특히 집과의 연락은 안 한다.
출근하면 집으로 전화를 하지도 않고, 집에서 전화하지도 않는다.
불가피한 경우 조용히 한다.
자리를 피하여 통화하거나 속삭이면서 하던가 한다.
불편하게 왜 그러는가.
예의를 지킨다거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차운은 아니다.
오랜 습관이다.
현시대의 트랜드는 아니나 구시대는 그랬다.
좋은 행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죽 그렇게 해온 것이 몸에 배 불편한 것은 못 느낀다.
그렇다고 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어쩌다가 가뭄에 콩 나나 듯이 할 때도 있다.
특히 객지인 삼천포 현장으로 내려오면서부터는 할 때가 있다.
점심시간에 한다.
발전소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걸어오며 집의 데보라와 통화를 한다.
여간해서 거르는 일이 없이 하여 일과처럼 됐다.
미당 선생은 오전 반나절의 안부와 삼천포 시장에 다녀왔느냐를 묻고, 향촌 댁은 저녁 메뉴로 뭘 준비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 점심 메뉴가 뭐였는지 물어본다.
그런데 오늘은 전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화 연결이 잘 안 됐다.
전화 조작을 잘못하는가 싶었다.
반복하다 보니 걸리긴 했는데 한 5초 정도 통화하면 먹통이 됐다.
짧은 통화 시간에 언성을 높였다.
스마트폰 숙달이 덜 돼서 그런 것 같으니 다른 거 만지지 말고 통화 아이콘만 밀라고 했다.
한 번은 잠깐 걸렸는데 목소리는 안 들리고 자기 얼굴만 크게 나온다며 이상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데버러가 전화기를 잘못 다루는 것 같았다.
데보라는 sns는 아예 안 한다.
전화 통화만 간신히 하는데 그도 입력해주지 않은 낯 서른 전화 같으면 아예 안 받는다.
여러 번 시도해서 순간 연결됐을 때 아무래도 뭔가 잘 못 만져서 전화가 흐트러진 것 같으니 퇴근하면 내가 고쳐줄 테니 그냥 두라고 단말마 식으로 소리쳤다.
사무실에 와서는 박 대리님 스마트폰을 갖고 통화시험을 해봤다.
잘 됐다.
데보라가 실수한 것이 분명했다.
다시 전화해서 흐트러진 전화기 조율 한번 해보고 싶었으나 그리 급한 것이 아니어서 그만뒀다.
퇴근하면 스마트폰을 만져주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했다.
그런데 KT 정보통신망 전체에 장애가 발생하여 30여 분 동안 불편을 초래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응급복구가 됐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해킹당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 기사를 보고 아차 싶었다.
식사하고 걸어오면서 스마토픈과 씨름하던 딱 그 시간이었다.
식권 자동발급기에 사용할 수 없으니 이용하실 분은 영양사를 찾으라고 쓰인 안내판이 붙어 있던 것도 그 장애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통신 장애 때문에 애꿎은 데보라만 잡을 뻔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결혼기념일에 얼굴 붉히며 생사람 잡을 뻔했다.
주범이 인터넷망 장애인데 애꿎은 폰맹 데보라만 닦달하여 역공당할 뻔 한 것이었다.
좀 급하다고 또는, 잘 안 된다고 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엉뚱하게 할 것이 아니다.
코로나 체온 감지기도 그랬다.
회의할 때 참석자들의 체온 측정이 필요해서 시공사를 통해 체온측정기를 하나 사 왔다.
외제 수입품으로 그럴 듯한 것이 제법 값이 나가 보였다.
그런데 새 건전지를 끼워서 했는데 작동이 안 됐다.
건전지 삽입이 잘못됐나 하고 스마트폰 라이트를 통해 건전지 삽입구를 들여다보니 분명 아래쪽이 스프링 두 개로 음극이었고 위쪽이 양극이었다.
건전지 삽입은 제대로 되었는데 작동이 안 된다면 고장이거나 불량품이 분명했다.
간단한 것이니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장문의 설명서는 볼 필요도 없었다.
수입원 회사에 전화하여 현상을 설명하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전화상으로는 잘 알 수가 없으니 좀 불편하시더라도 구매처에 가셔서 교환하시라고 안내를 했다.
시공사 사장님한테 전화하여 그거 어디서 사 왔는지 작동이 안 되니 바꿔오셔야겠다고 하였더니 그러마 하셨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작동이 안 될 정도로 고장이 날 것이 없는 체온측정기인데 안 되다니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하고 박 대리님한테 한번 만져보라고 했다.
그러자 건전지를 넣고 스위치를 눌렀다 뗐다 하다가 건전지를 교차하여 삽입하니 바로 작은 화면에 숫자가 나오면서 작동을 했다.
건전지 삽입구를 봐서는 건전지 두 개를 아래쪽을 음극으로, 위쪽을 양극으로 하게 된 모양새인데 실제는 두 개를 교차해서 넣어야 하는 것이었다.
착각하도록 한 제작사의 설계나 표시가 미진한 것이기도 하고, 다른 방법으로 건전지를 삽입해보지도 않고 작동 안 된다고 단정한 사용자의 오판이기도 한 것이었다.
인간의 거듭된 실수로 인하여 애꿎은 제품만 원망을 산 것이었다.
목수가 제집 못 고친다는 속담으로 둘러댈 것이 아니었다.
창피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좀 미안했다.
그 분야 전공은 아니지만 사촌 격은 되는 전기 분야 기술사라는 사람이 인터넷망 불안정 때문인 것을 애꿎은 스마트폰과 데보라만, 건전지 삽입구 부정확한 표기 때문에 애꿎은 제품과 판매자만 원망할 뻔했으니 그 정도였기 다행이지 망신스러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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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