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다
비가 오고 난 후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했다.
낮은 18℃ 정도인데 밤은 7℃ 정도로 10℃ 이상 내려갔다.
11월 초순과는 안 어울리는 날씨다.
한파 주의보를 내릴 만도 하다.
강원도 대관령 지역을 비롯한 추운 곳에서는 눈이 제법 쌓이기도 한단다.
기온만 급강하한 것이 아니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더 내려갈 것 같다.
고약한 날씨다.
이를 두고 진단과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지구 온난화 영향이라며 큰일이 났다 하고, 누구는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며 섣부른 예단과 불안 조성은 안 된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이상 기온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런 날에 청개구리 클럽에 가입하는 예도 있다.
날씨는 아무래도 좋다면서 일한다고 당차게 나온다.
멀쩡한 다른 날 두고 이런 날만 찾아다니는 악동들이다.
우리 현장의 OOOO 공사팀이 그렇다.
공정이 지연되어 지지지난 주와 지지난 주는 연거푸 휴일도 없이 일했다.
그렇게 일하면 사람이 지친다.
알아서 하겠지만 우려를 표했다.
강행군하면 안전상에도 안 좋고, 건강상으로도 안 좋고, 휴일에 신경 쓰는 단장도 안 좋으니 세 번째 연거푸 휴일 작업은 중단하라고 했다.
강력하게 하니까 못 이긴 척하면서 주말이 되기 전에 현장을 떠났다.
한 삼 일간 푹 쉬었다가 현장에 나왔다.
못했던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하여 서둘렀는데 어제 월요일은 비가 와서 공치게 됐다.
오랫동안 쉬는 것도 좀 쑤시는지라 일하려고 야심차게 현장에 왔는데 오늘은 일기 불순이 발목을 잡았다.
일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갑자기 춥고 바람이 드셌다.
일은 해야겠는데 몸이 잘 안 따라 줘 악전고투하는 양상이 돼 버렸다.
수시로 현장 순시를 해보지만 진척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이럴 때 옆에서 간섭하면 더 안 되는지라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만 줬다.
작업자들이 콘크리트 바닥에 철퍼덕하게 앉아 시험하면서 에러가 난 곳을 찾고 있었다.
인왕산 호랑이만 한 젊은 작업자들이 수시로 움츠리고 손을 호호 부는 모습이 안 됐다.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지요, 하필이면 이런 날에 와서 일해야 한다니 뭐 밟은 격이군요. 조심해서 하시고, 어지간하면 일찍 끝내고 나가도록 합시다”라고 응원을 했다.
한 작업자가 코를 훌쩍이며 테스터로 여기저기 들이대면서 점검을 하는 데 우리는 늘 그렇게 하는 우천 불구의 전천후 선수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요소수 대란이다.
중국에서 비롯된 파편이란다.
심심하면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복병이다.
가격이 기존 10ℓ에 1만 원에 판매되던 요소수가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10만 원 이상 올랐는데도 구하기가 어렵단다.
자원 빈국과 취약한 산업구조의 서러움인데 그렇다고 울며 떨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 현장처럼 밀어붙여야 한다.
정부에서 특단의 조처를 내리면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니 조만간에 해결될 것이다.
화물차를 운전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의 어려움이 클 것 같다.
요소수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인터뷰에 응한 어느 운전기사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맘에 와닿는다.
항상 좋은 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려울 때도 있는 것이니 이럴 때 힘을 합치고 양보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래도 남든 안 남든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바쁜 미소를 짓던 그분이었다.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갔다가 밤샘 작업하고서도 빈 배이다시피로 돌아오던 선장이 떠오른다.
걱정하는 기자의 질문에 “고기는 억지로 잡히지 않습니다. 물 때에 따라 잘 잡힐 때도 있고 안 잡힐 때도 있습니다. 오늘 못 잡으면 내일 잡고, 내일 못 잡으면 모레 잡으면 됩니다. 열심히 하면 바다는 그만한 대가를 줍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에 감동했다.
며칠 전 바다에서였다.
오늘은 육지에서다.
같은 맥락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이고 말을 듣고 삭풍에 훈풍을 만난 듯이 환하게 웃으니 이래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장날에 무거운 손이면 어떻고, 가벼운 손이면 어떤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좋은 끝은 있는 것이니 오늘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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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