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만차

Aphraates 2021. 12. 17. 03:46

전국 어디를 가도 주차 전쟁이다.

차가 많은 도심지나 고속도로 같은 곳만이 아니다.

어느 곳에 주차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시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천포화력발전소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고성군이다.

생활권으로는 사천시 삼천포다.

전형적인 바닷가 소도읍이다.

시군세로 따져보면 전국적으로 끄트머리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조그마한 군청/시청 소재지다.

발전소는 거기에서도 외곽 한적한 바닷가에 있다.

 

여기도 주차 전쟁이다.

발전소 대지가 수백만 평이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천 명 미만일 것이고, 외부 손님이 내방이라고 해봐야 천 여명 안팍일 것이다.

그런데도 주차난이라니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실이 그렇다.

소내 곳곳의 대형 주차장은 물론이고 소외에 별도로 임시 개설한 1,2,3,4 대형 주차장도 늘 만원사례였다.

북적거리는 정도를 넘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한 주차장이었다.

그런데 3년여 만에 주차장 숨통이 좀 트여 보인다.

인근의 신규 발전소인 GGP 공사가 완료되어 상업 운전에 들어가고, 기존 발전소 5, 6호기 탈황 설비 개선 공사가 많이 진척됨에 따라 사람과 차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주차난을 톡톡히 경험한 미당 선생은 쪼깨 운이 없다.

가장 북적거릴 때 근무지에 부임했다가 한산해질 때 즈음에 이임하게 됐다.

마지막까지 주차난에 시달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지난 3년은 주차 때문에 어려움이 참 많았다.

일단 정문을 통과하여 구내로 출입하면 공지가 있어 여유가 있지만 출입 소속을 밟는 출근 시간에는 전쟁통이었다.

야외 주차장은 트럭, 버스, 작업차, 승용차, 승합차, 이륜차들이 빽빽했다.

이중 주차를 보통이고 삼중 주차도 많았다.

출퇴근 시간에는 여기저기서 주차 분쟁이 일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체면과 예의를 갖추고 주차 질서를 지키는 영국 신사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 전쟁을 치르는 일원으로 눈치 빠르고 날렵하고 움직였다.

 

야외 주차장이 철거와 정비에 들어갔다.

가림막 패널을 거둬내고, 블록과 장애물을 치우고, 간이 사무실을 철거하고, 임시 타설했던 콘크리트를 깨느라고 중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드러나는 공지를 멀리서 보니 주차장으로 사용할 때 보다 훨씬 더 넓어 보였다.

 

북적거릴 때는 성가시더니 철거하는 것을 보니 쓸쓸하다.

넓은 주차장이 만차였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순환이 됐다는 얘기다.

수많은 사람이 돈 벌어 먹고 살기 위하여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게 이제 저무는 것이다.

안정돼 가는 모습이 불안정했던 모습보다 어딘지 모르게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 안타깝다.

한려수도(閑麗水道)의 한적한 포구인 삼천포와 고성의 경제를 지탱했다고 봐도 좋은 발전소 공사였는데 대체재 없이 막을 내리고 있다.

그 많던 사람과 차는 다 어디로 갔을까.

바로 눈앞에는 안 보이지만 어디에선가는 건강한 몸과 잘 굴러가는 차로 활기찬 경제활동 들을 하고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초에 실린 일본 주차장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면서 잠시 우리 주차장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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