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대장
주변에 지각 대장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면으로 볼 때 재미도 있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사람만 나오면 다른 사람은 인원 점검을 할 것도 없이 전원 참석이다.
희한하다.
겉은 안 그렇게 생겼는데 늘 지각이다.
성질은 팔딱거리는데 행동은 느릿하거나 허둥대며 시간을 어기는 것에는 너그럽거나 무덤덤하다.
지각하는 것을 두고 인간 품성이나 업무 능력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것은 아니나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맞다.
오늘은 모모 인사가 그 단초를 제공했다.
그림 동화 “지각 대장 존”이야기가 아니라 실존 인물 지각 이야기다.
“판사는 지각 대장, 상습적으로 늦으면서 사과도 해명도 X”라는 타이틀의 전라도 광주 발 뉴스는 언급 안 하기로 한다.
지각 대장이라면 역시 러시아 분이다.
국가 정상 회담을 비롯하여 중요한 약속에서도 짧게는 몇십 분에서 몇 시간까지 시간을 어기는 것이 다반사다.
세기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왜 그런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뭐 그런 사람과 일이 다 있느냐며 불쾌하게 여겼지만 하도 그러니까 이제는 만성이 되어서 그러니라 하는가 하면 그를 역으로 쳐서 그보다 더 늦게 나오는 전략을 펼치는 인사도 있단다.
우연의 일치이자 습관이라고 애교로 봐줄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얕보거나 기를 꺾기 위한 유치한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누가 뭐라고 하던 약속 시각을 아무렇게나 어기는 대명사처럼 돼 있는 국가원수이자 개인이고, 미당 선생 동갑례로서 대통령과 수상을 번갈아 하면서 영구 집권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인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분이다.
그보다는 많이 약하지만 국내에도 있다.
그분은 정통 KS(경기고-서울대) 마크이자 1957년생 닭띠로 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재 중의 수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성골이다.
독립운동가 이(李집)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여당 원내대표까지 역임하다가 낙천하여 안양을 배회하는 작은 지각 대장으로 늦종걸이라는 애칭이 붙어있는 이 종걸 전 의원이다.
약속 시각 안 지킨다고, 조금만 신경써서 몇 분만 일찍 나오면 되는데 왜 그렇게 허구한 날 약속 시각을 못 지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집안에서고 밖에서도 숱하게 혼나지만 노력은 해보겠지만 안 된다며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늦기를 지조로 삼고 있는 그 양반이다.
O 후보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나......,
앞의 두 지각 대장과는 결이 다른 것 같지만 지각에 익숙한 것 같다.
이런저런 일로 가뜩이나 입방아에 올라있고, 일부 면에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뭐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느냐며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거나 OO가 잦으면 뭐 싼다는 소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상습적이든 실수이든 지각 대장 소리를 듣는 정도야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누구이거나 무엇이거나 부정적으로 보자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인데 거기에 작은 것이라도 덧붙이면 상승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담 같으면 미담이 미담을 낳아 더욱더 좋겠지만 악담은 정반대이니 삼가야 할 것이다.
10분만 앞당기면 여유 있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갖지 못하고 10분이 지나서야 감은 머리를 털고 나와 무표정하게 차에 오르는 모모를 폄하할 것은 아니나 그도 여러 사람한테 끼치는 민폐이니 고칠 수 있으면 고쳐야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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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