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물러가라

Aphraates 2022. 1. 9. 06:35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디에든 신구(新舊)는 있고, 흑백(黑白)은 있고, 동서남북(東西南北)은 있고, 강약(强弱)은 있고, 호불호(好不好)는 있고, 완전(完全)과 미완(未完)은 있고, 남녀(男女)는 있고......, 하는 식으로 있기 마련이다.

다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비율과 역학관계가 달라질 뿐이다.

그러니 현실을 주도한다고 해서 현실을 있게 한 과거와 현실을 이어 갈 미래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고로 공생 공존과 상부상조를 무시하고 독야청청을 주창한다면 맞지도 않을뿐더러 얼마 가지 못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인간 세계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안 그렇다.

그게 아니고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그를 잘 아는 우리라는 것은 큰 맹점이 아닐 수가 없다.

 

미당 선생 세대는 전쟁 세대, 권위주의 세대, 반공 세대, 보릿고개 세대, 개천에서 용 나는 세대, 개발 독재 세대, 국가 지상주의 세대로 통한다.

그때는 청소년이었으니 지금은 영구 없다라고 하면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칠십 노땅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에 반대하는 저항아들이나 운동권들도 있었고, 위치를 바꿔가면서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문제아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비주류로서 주류가 독주하는데 일정 부분 견제 역할을 하긴 했으니 도도히 흐르는 물길을 되돌리지는 못하였다.

 

우리 세대들의 아침 인사는 처음에는 재건(再建)으로 기억한다.

그전에도 무슨 인사말이 있었을 테지만 어릴 적이라 기억이 안 난다.

그다음은 멸공(滅共)이었다.

아마도 5·16 이후 군부 실세에 의하여 정립된 반공을 모토로 한 것이 국가 사회 전반에 걸쳐 정착된 것 같다.

이후로도 개발(開發)이니 유신(維新)이니 정의(正義)니 하는 구호들이 등장하긴 하였으나 정권 권력자들의 희망 사항이었지 그리 폭넓게 퍼지고 인용되진 않았던 것 같다.

사람도 게이고, 나라도 부강해지고, 지구촌을 비롯한 세상도 달라져서 아무리 철권통치를 하는 사람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쳐도 잘 안 먹히고 모든 것은 거대한 강물처럼 유유히 바다로 흘러갔다.

 

멸공이 재소환되고 있다.

무슨 까닭인지, 어떤 파급이 올지, 유불리가 무엇인지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그 공을 누가 쐈는지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육군 최전방 특수부대원으로 만기 제대한 김 병장에게도 제대 전 무렵에는 사라진 멸공 구호인데 50년 만에 다시 가져오다니 사정이 그리 변하였고 그게 맞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정통 보수에서 합리적인 중도로 보수와 진보를 함께 어우르고 싶어 하는 미당 선생이 봐도 다시 불러온 멸공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 것인지 전반적인 검열을 해봐야 할 것 같다.

1990년대 초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바로 출장을 간 중국과 소련은 지금 더 개방적인 국가로 변모해 가고, 1990년대 중반 성숙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를 하는 미국과 일본은 지금 더욱더 견고한 민주주의 국가가 돼 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조크를 묘하게 포장하여 해묵은 이념 논쟁의 새 도구로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이 영 못마땅하다.

 

비슷한 맥락으로 터진 남녀 문제도 그렇다.

봄이 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고질적인 춘투(春鬪) 행각 같기도 하다.

부부유별과 남녀칠세부동석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도 시류에 맞게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를 논쟁거리로 삼아 편 가르기를 획책하는 것은 누구인지 모르지만 불순한 의도가 엿보여 안타깝다.

 

이견이 있으며 논쟁도 필요하고, 오류가 있으면 시정하기 위한 투쟁도 필요하다.

하지만 말할 것을 갖고 말하고, 고쳐야 할 것을 갖고 싸워야 한다.

돈 내고 구경하는 구경꾼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 목전의 이익만 생각하고 헛발질을 하고 O 볼을 차는 것으로 일관하는 태업은 규탄받아야 한다.

 

선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니 맡기고 싶지만 영 시덥지가 않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때려잡자 OOO, 쳐부수자 XXX, 무찌르자 ooo, 이룩하자 OOOO" 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오고 그 구호를 비난하는 것인지 이 쪽이고 저 쪽이고 맘에 안 든다.

 

물러가라.

새벽 동이 트는......, 으로 시작하는 군가를 떠 올리면서 새벽 동이 트는 삼천포항을 바라보노라니 고맙고 평화로운 주일에 무슨 근심 걱정이 그리 많아 다 물러가라고 한다는 것인지......, 다 뒤로 하고 마산 교구 총대리 신부님이 집전하시는 평화방송 미사 참례로 오늘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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