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직구(直購)했다가 아얏소리 한 번 못하고 직구(直球)를 맞았다.
역시 그 과는 우리 같은 세대의 과가 아닌가 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번 대들었다가 실패하였는데 왜 그런지 알면서 왜 그랬을까 하는 것으로 맘을 달래야지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찾아보면 원상회복할 길이 있을 테지만 그렇게 얼굴 붉히며 신경을 쓰느니 안 하는 편이 낫지 다시 말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류 가방이 나른 나른하다.
조만간에 꿰매서도 쓸 수 없을 정도다.
S로 이름있는 제품이지만 하도 오래돼서 완전 구닥다리다.
당장 폐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국내외를 함께 하면서 공부를 시켜주고 돈을 벌게 해 준 가방인데 더 이상 쓸 수 없으니 어디론가 가거라 하고 내치기에는 맘이 안 내킨다.
그렇다고 사람도 다 낡았는데 가방까지 낡은 것을 들고 다니기는 싶어서 그냥 모셔두고 있다가 승용차를 이용하여 어딘가를 갈 때 서류나 소지품을 넣는 가방으로 갖고 갔다가 차 밖으로는 내보내질 않고 있다.
그런데 한 2주 전이다.
인터넷 검색한다고 멋진 사진으로 올라온 서류 가방이 있었다.
필이 꽂혀 상세한 사양을 살펴볼 것도 없고, 2개를 구매하면 30% 할인이어서 데보라 것하고 2개를 인터넷 쇼핑을 했다.
디자인은 같으니 색상을 다른 것으로 구매하려고 절차를 밟아 쇼핑을 진행했는데 여러 가지 확인 사항을 물어볼 것도 없이 신속하게 결재가 됐다.
이게 왜 이렇게 번갯불에 콩 튀겨먹듯이 되는가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고 주문 사항을 변경도 할 겸 해서 시도를 해 봤지만 아예 접속이 안 됐다.
다시 자세히 보니 해외 직구 사이트였다.
이거 사기당한 거 아닌가 하고 또, 한 번 결재가 되었으니 계속해서 돈을 빼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어 여러모로 살피고 들어가 보았더니 그런 불량 사이트는 아닌 것 같았다.
사진상으로 볼 때 근사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가방 두 개에 O 만원이라니 큰 지장은 없을 거 같아 기다렸다.
7일에서 15일이 된다고 하여 의아했다.
요즈음 같은 세상에 아무리 해외 구매라도 그렇게 오래 걸릴 리가 있는가 하고 주문 내역을 조회해보니 접수를 시작하여 통관절차를 거치는 안내가 되는 것이 배송 진행은 되는 것 같았다.
그 가방이 오늘 도착했다.
데보라가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들고 오면서 이것인가 보다라고 하여 보니 생각보다 작은 것이 크기부터가 맘에 안 들었다.
궁금해서 얼른 포장을 풀어봤다.
다시 맘에 안 들었다.
디자인과 색상은 주문품이 맞는 것 같은데 부실했다.
재질, 제작, 모양, 크기가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큰 것이 유치원생들 들고 다니는 신발주머니 같았다.
국내 배송 같았으면 당장 반품하였을 정도로 실망이었다.
지구가 영 부실하다.
류현진 선수의 200km 구속의 변화구성 직구를 맞은 기분이다.
조심하라는 경고라도 듣고 얻어맞았으면 뒤로 나자빠지진 않을 텐데 생각도 안 하고 날아온 직구를 맞으니 요즈음 정치권에서 유행인 뒤통수를 맞은 듯이 어리벙벙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돈 들여서 산 것이니 요긴하게 써야겠다.
시멘트 바닥에 일부러 문지를 것도 아니니 소가죽과 고래 심줄처럼 질겨서 오래 쓰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기름을 먹여도 되는 재질인지 아니면, 물로 닦아 내는 재질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신상 냄새를 제거하기 위하여 쫙 벌려서 베란다 건조대에 널어놓았으니 본전은 뽑도록 해야겠다.
직구 맛 한 번 제대로 본다.
트랜드라고 할지라도 남들 한다고 해서 덩달아 따라서 할 것이 아니다.
커피숍에 가도 뭘 시킬 줄 몰라 눈치를 보다가 일행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것처럼 어설플지라도 그게 낫지 빵을 달라고 하였더니 돌을 준 것 같은 시행착오는 없어야겠다.
http://www.facebook.com/kimjyyfb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