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우설
눈을 뜨자마자 주모경으로 하루를 연다.
데보라가 시청하고 있는 평화방송의 성체조배와 미사와 기도와 함께 노트북을 열어 기상정보를 확인한다.
가톨릭 수첩과 기술인 수첩에 날씨 상태를 최고/최저℃, 청운우설(晴雲雨雪)로 구분하여 적는다.
태풍, 폭우/폭설, 미세먼지/등 기상특보가 있으면 첨가한다.
그다음은 스마트 폰을 열어 밤새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 정리한다.
아주 중요한 것과 특이한 사진은 저장하나 나머지는 매일매일 지운다.
이어서 스마트 폰과 수첩을 통해 일정을 확인한다.
그런 과정이 다 끝나면 글을 쓰든가 책을 보든가 한다.
물론 텔레비전에서는 순서에 따라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 하기도 힘든데 두셋을 어찌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숙달된 조교라서 양쪽 다 소홀함이 없이 잘 맞춰간다.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는 아이와도 비슷하고,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어른과도 닮았다.
그러다 보면 날이 훤히 밝아온다.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가 밖의 날씨가 기상예보와 맞는지 비교해보면서 곤봉 아닌 곤봉 같은 나무 물통을 양손에 들고 흔드는 것으로 운동을 한다.
베란다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한 바퀴 돌아보고 싶으면 낮에는 입고 다니기 곤란한 허드레옷을 걸치고는 나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걷다가 들어온다.
몸이 아프다거나 다른 일이 있어 그러지 못할 때를 빼고는 밥 먹는 것처럼 이루어지는 일과다.
특색은 없지만 지루하지도 않아 오래오래 전부터 이어온 무의식중의 생활 형태인데 잘하는 것인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리 길들여저 그게 편하다.
한 일주일은 한 발자국도 밖에 안 나간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좀 쑤시는 형이어서 몇 날 며칠을 두문불출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그럭저럭 현상 유지하는 것이 사람이 닥치면 뭐든 다 하게 돼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잠깐 짬을 내서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일주일 이상 차 운행을 안 했으니 축전지 방전 대비 충전도 해야겠고, 너무 오랫동안 세워져 있다고 누가 깐보고 발로 차지는 않았겠지만 하는 생각이 들어갔다.
시동 여부를 확인도 할 겸 축전지 충전에 들어갔다.
그리곤 차를 한 바퀴 돌아보고 무탈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축전지 용량과 방전율을 고려하면 한 삼십 분 이상 시동을 걸어놔야 하겠지만 천정부지의 고유가를 반영하면 별다른 실익이 있을 것 같지 않아 이상 유무만 확인하고는 십여 분만에 시동을 껐다.
차를 툭툭 두드리면 말했다.
새벽바람이 좀 세고 서늘하다.
대전 둔산동 온도 31/23 ℃라는 기상예보를 생각하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져야 할 텐데 좀 안 맞는 것 같다.
수통골 바람이 찰 테니 몇 십년만의 뵙는 미당 학교 은사님께서는 긴팔 소매 옷을 입고 나오셔야 할 텐데 그때 그 시절에 하시던 것처럼 짧은 팔 소매 옷에 짧은 머리를 하시고 나오실 것 같은 예감이다.
뭐 특별히 드릴 말씀도 생각이 안 난다.
저희는 건강하게 잘 있으니 선생님도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라고 인사를 올리는 것이 제일 나올 것 같다.
이럴 때는 오순도순 이야기를 잘하는 세종의 교장 친구가 참석해야 하는 것인데 누이 팔순 연이라서 곤란하다 하고, 금산 친구도 가족 행사 때문에 어렵다고 하니 미당 선생은 하기동/관저동/복수동/용인 댁과 추가로 참석할지 모르는 동무들이 은사님과 나누는 칠갑산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해야 할 것 같다.
또 이럴 때 보약 같은 소맥 폭탄도 몇 개 터트려야 제 격인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절제를 해야지 삐끗했다가는 정말로 폭탄이 되어 화를 당하게 될 것이니 참을 때는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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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