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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1974년

Aphraates 2022. 7. 13. 20:42

1977년이다.

제 3 한강교 입구 삼거리의 허줄한 실비집에서 한남동 학교 사학과 모임을 하던 날이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한 늦다리 학생 둘이서 한 쪽 구텡이에 앉아 돌리는 막걸리 잔을 받아 마시는데 한 여학생이 일어났다.

늘씬한 몸매, 곱상한 얼굴, 좋은 매너가 대학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정답게 인사를 했다.

 자기 이름은 이성애라면서 4학년 졸업생인데 가수 활동을 하느라 바빠서 오늘 처음 만나는 것이라며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하였다.

그 때는 누구인지 잘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뜨는 신인 가수로 인기가 좋았고, 그날 술값도 다 그 선배가 냈다는 과 대표의 설명이었다.

분위기가 무르 익자 병에 숱가락을 꽂은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몇 곡 뽑았다.

반주가 없어도 참 잘 불렀다.

다른 노래는 기억이 안 나고  미모의 젊은 여가수에 안 어울리게 그러나, 구성지게 잘 불러서 기억이 남는 노래가 바로 "번지 없는 주막"이다.

복학생들은 저학년이었고, 이 가수는 4학년 졸업반이었는데  선후배지간이긴 하나 군대 공백기간 때문에 그렇지 동년배였다.

늦다리 복학생 중에 한 사람은 "날이 갈수록"이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캠퍼스를 뒤로 하고 도망치다시피  사양 변잔소로 귀향하였고,  또다른 늦다리 복학생은 이름도 기악이 안 나는데  어디서 어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가수는  졸업후에도 잠시 연예계 생활을 하다가 접고 누군가와 결혼하여 어디론가 이민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잘 살고 계시리라 믿는다. 

 

번지없는주막/이성애(백년설)/197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