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부
복무규율은 공직자나 조직원이 지켜야 할 기본 의무사항이다.
잘 지켜지고 운용하기 위하여 수시로 교육을 하고 점검을 한다.
복무규율은 근태 관리부터 시작된다.
규정된 시간에 정시 출퇴근을 하는가.
근무 중 이석은 없는가.
계속 다른 것이 이어진다.
비상 연락망 비치가 잘 되고 출장 처리가 제대로 되는가.
보안점검을 철저하고 하고 있는가.
조직원으로서 품위손상이 없는가.
올바른 정신과 흐트러지지 않는 행동을 하는가.
사명감과 소명감이 확실한가.
주인 정신과 장인 정신이 투철한가.
이런 면면을 살펴보면 복무규율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복무규율이 확립되어 있으면 그다음으로 기본자세가 되어 있는지, 독직의 빌미가 없는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업무처리인지,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지를 들여다보면 등급이 나온다.
조직에 보탬이 되는 그룹, 조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룹, 조직에 뺄셈이 되는 그룹으로 분류되어 조직의 성격과 주변 여건에 따라 가(可), 유보(留保), 불가(不可)로 판정하면 그게 바로 인사관리가 되는 것이다.
근태 점검을 해 보면 대상자에 대해 대충 파악이 된다.
점검 결과는 신상필벌의 기초자료로도 활용이 된다.
경미한 것은 누적되어 발목을 잡고, 중대한 것은 그냥 한 방에 아웃이다.
때문에 조직원이라면 근태에 신경을 쓰고 잘 하는 편이다.
그래도 허점이 드러날 때가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지적사항으로 되어 파장을 몰고 온다.
얄미운 때도 있다.
어떤 얌체는 출근 시간 9시 땡! 해야 사무실 문에 들어서는데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어떤 밉상은 퇴근 시간 18시 종이 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도 안 돌아보고 총총걸음으로 나가고, 어떤 푼수는 점심시간 끝날 때쯤 식당에 가 식사를 하고 들어와서는 1시간 정도는 기분 좋게 낮잠에 빠진다.
근태 점검 결과가 때로는 괘씸죄로까지 이어진다.
특별한 잘못은 없지만 업무에 태만하거나 먹을 것만 밝히면 눈 밖에 나 누적된 근태 점검 지적 결과가 호통과 질책의 도구로 활용된다.
스리쿠션이나 성동격서로 기를 꺾어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때 “전투에 진 자는 용서받을 수 있으나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받지 못한다” 라는 맥아더 장군의 어록을 동원할 수도 있다.
출근부는 사무실의 상징과도 같았다.
출근하자마자 사인을 했다.
출장 명령이 나면 본인이나 대리인이 출장이라는 도장으로 날인했다.
밥 먹을 때 숟가락과 젓가락을 잡는 것처럼 출근하면 출입구 쪽에 있는 출근부에 사인부터 하고 다음 단계가 이어졌다.
중요한 출근부 사인이지만 빠지는 예도 있다.
정신상태가 해이해졌을 그런 실수가 나오는데 그만큼 느슨해진 것이어서 비속어로 나사가 빠졌다고도 했다.
초임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변혁기에 강도 높은 공직기강 확립이 시행됐다.
시쳇말로 걸리기만 하면 그냥 아웃이라고 할 때다.
정권 교체기에는 대개가 그렇지만 5공이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살벌했다.
오지 중의 오지라고 해서 벽지 수당까지 나오는 그런 곳이었는데도 수시로 상급 부서나 외부 기관에서 근태 점검을 나왔다.
하루는 타 계통의 사업소장이 교차 근태 점검을 나왔다.
길이 얼마나 험한지 엉덩이 날아가는 줄 알았다면서 오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대견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런데 정년을 얼마 안 앞둔 선배님께서 출근부 사인을 안 한 것이 적발되어 경위서를 받아 갔다.
며칠 후에는 직속상관 사업소장으로부터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왜 그런 하찮은 지적을 받아 난감하게 만드냐며 호통을 쳤다.
죄송하게 됐다는 말 밖에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각오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한바탕 해부친 관할 사업소장께서는 경위서를 받아간 다른 사업소장을 찾아가 사정사정해서 경위서를 빼 왔다면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로 당부하였다.
임진강 변 DMZ에서 눈알이 팽팽 돌아가고 머리가 팡팡 돌아가는 GP 상황병으로 근무하다 제대하여 근무 자세 하나는 나무랄 데 없다는 소리를 듣던 미당 선생으로서는 망신살 뻗친 것이었지만 그 뒤로도 그와 비슷한 일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철저하게 틀어막아도 새는 부분이 있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옆에서 일을 저질러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예도 있었다.
그래도 징계 사항 하나 없이 우수 직원이나 공로 직원으로 여러 차례 포상을 받은 것은 직장 조직 생활을 나름대로 잘했다는 것이어서 든든하다.
뜬금없이 출근부가 화제다.
노란 것을 넘어 곰팡이가 슬어 냄새가 풍풍 나는 그게 왜 다시 살아나왔는지 의아하지만 뜻밖에도 엉뚱한 곳에서 나와 논란이다.
우리도 달나라로 위성 발사를 하는 때에 잘 돌아가는 모양새는 아니다.
거기에다 비약에 비약을 하다 보니 커진다.
급기야는 장관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출근부 확인을 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니 뭔가는 꼬였다.
당사자들 아닌 다른 사람들이 더 겸연쩍다.
K1에서 K2 출근부를 감사했단다.
그러자 같은 감찰 기관으로서 우리도 댁들 근태 점검을 해야겠다며 출근부 사용을 확대하자고 제안 아닌 제안을 했단다.
흥미롭 눈여겨보기도 그렇고, 치졸하게 외면하기도 그렇다.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최고 감찰 기관들끼리 논쟁이 붙었으니 법과 규정에 따라 출근부 관리를 해야지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퇴행은 아니 된다.
그거 참......
무릎을 치고 마빡을 치기보다는 목덜미를 잡고 젖힐 일이다.
쌍팔년도에나 있음직한 출근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니 이게 웬일인지 참 무식하고도 웃긴다는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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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