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부조 孫子父祖
미당초등학교 제 8회(1966년 1월 졸업) 동기동창회를 모교에서 가졌다.
30여 명의 동창생들이 참석하였다.
졸업반 담임이셨던 은사 교장 선생님(공주/공주교대 1회)과 현재 미당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보령/공주교대 00회)이 자리를 빛내주신 가운데 동기동창회장인 친구 교장(중등, 공주교대 12회)가 진행한 화기애애한 모임이었다.
1970년대 이후 가장 센 폭우와 홍수가 할퀴고 지나간 헝클어진 칠갑산 자락의 모교에 들어가는 것이 미안하였지만 그런 것조차도 감싸주는 듯한 분위기에 동심으로 돌아간 친구들의 얼굴이 화사했다.
동문 어르신들이 존경스럽다는 현직 교장 선생님의 말씀과 학생 번호까지 줄줄이 호출하시면서 사랑한다는 은사 교장 선생님의 덕담과 촌뜨기들 우리는 모두 성공한 것이라며 자랑스럽다고 표명한 회장 교장 선생의 자부가 동창회 모임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이어서 손뼉을 치고 또 쳐도 기분이 좋은 손자부조(孫子父祖)의 그림이었다.
좀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이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갈 길이 바빴고, 거추장스러운 옷 벗어 던지고 고무줄놀이나 구슬치기 놀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만 하다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좋은 날에 걸맞은 언행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재를 뿌리는 것은 아니나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말썽꾸러기 칠순 노인들도 보였다는 것이다.
공감을 재확인하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만나는 것을 앞으로 몇 번이나 참석하게 될지 모르는데 좀 더 많은 친구가 나와서 격의 없는 대화와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크고 작은 모임에 안 빠지고 잘 나가는 것만도 잘 사는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참석을 못 하거나 안 하는 친구들에 대해 안타까움이었다.
또, 대전 향촌 집 옆에 있는 콩나물국밥집에서 막걸릿잔을 부딪치며 뒤풀이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만났어도 차마 하고 싶지 않거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우리 서로가 너무도 무심했구나 하는 후회도 됐다.
다음부터는 그런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자는 약속을 했다.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였다.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닌데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만 즐거울 때 함께 웃고 슬플 때 함께 우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순박한 것이라고 공감할 때는 막혔던 것들이 확 트이는 것처럼 후련했다.
칠갑산 촌O(X) 파이팅이다.
앞으로는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동창회를 관리해주기로 했는데 청양에 있으나, 대전에 있으나, 서울에 있으나 두는 머리는 고향이니 세월이 갈수록 그리움과 추억과 사랑이 넘치는 동창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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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