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달맞이 꽃, 1971년
Aphraates
2022. 11. 8. 07:23
109번(119번?) 상마운수 시내버스를 타고 양남동과 목동을 있는 오목교를 건너 좌회전한다.
신정동 시장 종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양쪽으로 죽 펼쳐진 논 가운데의 2차선 비포장길을 달려 신정동회 종점에서 내린다.
좌측으로는 고척동 까치산인가 하는 벌거숭이 언덕배기 동네가 보인다.
앞 우측으로는 멀리 고하 송진우 선생님의 묘역과 개봉동 넘어가는 오솔길과 옆으로 화곡동 넘어 가는 신월동 철거민 촌이 보인다.
낡은 스레트 건물 몇 동의 철사 공장 안에 세들어 있던 화학 공장으로 들어간다.
그 곳이 몇 평 안 되는 필동 형님 네 공장 사무실이자 야간 경비를 서며 잠시 종로 대일 학원에 다니던 미당 선생의 숙소다.
담장을 이어 만든 고드름이 어는 뒷방에서 터진 손으로 라면끓이는 것을 보고 여기도 서울이냐며 눈시울을 적시던 친구 명희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찬물에 세수를 하며 또, 한남동 학교 교복과 모자를 쓰고 밤낮으로 흥얼거리던 노래가 "달맞이 꽃"이다.
지금은 목동지구의 부촌으로 상전벽해가 되어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가 본지도 오래 됐다.
1972년에서 1974년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때가 좋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잊혀진 새월로 남기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