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매 반바지
사람은 뭔가 하나만 보면 됨됨이를 알 수 있다 했다.
뭔가가 무엇일까.
언행, 인상, 얼굴과 눈, 귀와 입, 태도, 인사성, 대인관계, 실력과 실적, 사주팔자, 태생, 머리 모양, 옷차림, 신......, 많이 있을 것이다.
오늘 떠오른 화제는 옷차림이다.
비싸냐 좋으냐 하는 옷이 아니라 어떤 옷이냐 하는 것이다.
그런 옷 얘기가 다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요상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여인이 무척 예의바르고 수줍어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미당 선생은 수수하고 간소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편이다.
성격도 그렇지만 조직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굳어졌다.
학생한테 학생복 하나면 족하고, 등소평한테 인민복(人民服, Mao suit) 하나로 평생을 버텼다고 하는 것처럼 복장이 정해져 있기도 했다.
35년간 조직을 하면서 거의 작업복, 근무복, 넥타이 정장차림이었다.
당시 환경과 여건이 그랬다.
단정한 용모와 복장을 강조하던 시대인데다가 기술자(技術者,Technician)이다 보니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 했다.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으레 그러리니 해서 그런지 몰라도 별다른 불편을 느끼진 못 했다.
변전소를 비롯한 현장 근무 시절에는 정해진 동복과 하복의 작업복이었다.
사무실 관리직으로 보임됐을 때는 넥타이 차림의 동복과 하복의 근무복이었는데 한 여름에는 보통의 무색 Y셔츠가 자유복으로 허용됐다.
엄격한 복장에 익숙해진 것도 정년퇴임 즈음에는 느슨해졌다.
1980년대 초 국민 유화 정책으로 시작된 교복 및 두발 자율화가 폭넓게 퍼지던 것이 더 점점 확대되면서 자유 복장이 대세로 이어졌다.
한 10년 정도는 그런 과도기를 겪은 것 같은데 그 이후에는 복고풍이 되어 또다시 교복과 두발을 규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은 뭐 한 가지만 계속하면 지루하고, 하라면 안 하고 하지 마려면 하는 놀부 심보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옷과 함께 신도 정해져 있었다.
현장에서는 안전화, 사무실에서는 구두였다.
운동화도 거의 없었다.
예외로 사무실에서는 각자 편의에 따라 실내화를 신었다.
실내화는 자기 사무실과 자기 자리에서만 신었지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거나 상사한테 결재를 받을라치면 구두로 갈아 신었다.
급해서 얼떨결에 실내화를 신고 화장실에 가거나 식당에 가면 눈총을 받아 깜짝 놀라서 다시는 그러지 못 했다.
20세기 말 라떼 시절은 그랬으나 21세기 초 신상 시절은 다르다.
그런 옷차림으로 출근했다가는 버르장머리 없다고 당장 쫓겨날 반바지와 민소매와 슬리퍼 차림을 많이 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아직도 예전과 같은 복장이나 그 것은 복고풍으로 돌아간 것이 안전과 업무 효율성 차원이어서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실 출입 기자의 복장과 태도가 논란이다.
공방을 벌이는 양측이 안타깝다.
지금 그런 문제로 옥신각신할 때가 아니다.
무용지물이 된 온고이지신이 불쌍하다.
미국과 동남아 외교 순방과 관련한 건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런 불상사가 발생한 것 같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라고 부탁하는 측이나 그러는 댁은 얼마나 예의 바르냐고 묻는 측이나 곤혹스러울 것 같다.
개방시대라 하지만 다른 때는 몰라도 상가 조문 시에는 검정 넥타이에 검정 양복을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맞을 테고, 자유분방한 시대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맞담배질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뭐가 잘못 됐느냐고 하는 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좀 양보하고 상대를 좀 배려하면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작은 것도 용납이안 되는 것인지 답답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일도 벌어진다.
편을 갈라 논쟁하는 전문 투사 같은 열성분자들은 갈수록 선정적이고 흉폭 화하여 분위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카르사이 것은 카르사인에게로다.
덮을 것은 덮고 자숙하면 시간이 해결해 줄 텐데 왜 그렇게 잊을만하면 다시 돌출시키고 편을 갈라 부화뇌동하여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에 일방적인 승패는 없다.
혈투를 벌이지만 이긴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일 때가 적지 않다.
누가 지든지 앙금도 남겨진다.
전쟁의 그런 생리를 잘 알텐데도 무리를 하는 것은 스스로를 망가트리고 외면당하는 악수가 될 것이다.
국가 보안법과 국가원수 모독죄는 사라졌는지, 언론자유 방해 방지법과 언론에 재갈 물리는 법은 폐기되었는지 한 번 봐 스터디해봐야겠다.
살아있다면 쌍벌 규정은 어떤지 고민도 해봐야겠다.
위령성월인 동짓달도 저물어 간다.
오늘은 추수 감사절 미사가 봉헌되는 날이다.
엄숙하고 따스했으면 좋겠다.
입사 기념일이자 입동인 11.07이 지난지도 한참이다.
오들오들 떨면서 민소매와 반바지 얘기를 히는 것이 썰렁하긴 하나 그래도 할 것은 해야 한다.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민소매와 반바지도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고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를 좋아하는 측이나 싫어하는 측이나 감당해내야 할 몫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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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