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일말의 희망이라도

Aphraates 2022. 11. 22. 06:50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을 시청했다.

주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임이었다.

관심이 있어서 본 것은 아니다.

잠이 안 와 뒤척이다가 보게 됐다.

관전평이라면 좀 예외다.

카타르가 주최국으로서 홈그라운드의 어드벤테이지를 얻을 줄 알았는데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언뜻 봐도 실력 차이가 많이 났다.

중동 오일머니로 윤택한 나라가 된 카타르가 막대한 투자를 하여 야심차게 육성한 국가 대표 팀이라고 하지만 유럽과 함께 축구의 본향으로 통하는 남미의 에콰도르와는 실력차이가 컸다.

열렬히 응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토티, 피를로, 반페르시, 히잡의 아랍 옷차림의 절제된 표정으로 응원하는 카타르 관중들이 안쓰러웠다.

오히려 노란 옷을 입고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에콰도르 원정 응원단이 신바람 나 있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자리를 지키던 카타르 응원단이 지리멸렬하여 상대편 골대 주변에 제대로 가보지도 못 하고 2골이나 실점을 하자 뒤도 안 돌아보고 스탠드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안 돼 보였다.

 

승부의 세계는 냉엄하다.

 

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안 될 때는 죽어라 하고 해도 안 된다.

시험을 치러본 사람들은 안다.

안 풀릴 때는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혼신의 힘을 다 해도 게임은 안 풀려 어렵기만 하고, 최선을 다 해도 답은 안 나와 땀만 삐질 삐질 흘린다.

다 끝나고 패배가 판가름 난 후에나 해볼 만했는데 왜 그렇게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는지, 전에도 풀어본 평이하고 쉬운 문제인데 왜 그렇게 절절 맸는지 한숨만 나온다.

 

잘 될 때는 그 반대다.

게임이 잘 안 될 때는 골문이 바늘구멍처럼 좁게 보여 아무리 정조준을 하여 슛을 해도 골인이 안 되지만 잘 될 때는 골문이 남대문 열리듯이 넓게 보여 아무렇게 차도 쑥쑥 잘 들어가고, 시험 문제가 안 풀릴 때는 머리가 꽉 막혀 아무 생각이 안 나지만 잘 풀릴 때는 삼신할머니가 족집게로 점지라도 해준 듯이 쉽게 잘도 풀린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되어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일말의 희망을 바라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한다고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된다.

뭔가는 조금 부족하고 어디에선가는 삐거덕거린다.

그 뒤치닥꺼리 하다 보면 세월 다 가고 또 다른 시련에 부닥쳐 절절 매이다가 판 끝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게 가야 할 길이고, 한계이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임할 것이 아니라 어려울 지라도 일말의 희망을 잃지 말고 정성을 들여 해야 할 인간적인 도리와 지켜야 할 자연적인 섭리로 임하면 얽히고설킨 것들이 하나 둘 풀어져 결국에는 세게 조여오던 올무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기도 하지만 무한하기도 하다.

자고 가까운 것부터 하나하나 해 나가는 순리가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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