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감쪽같이

Aphraates 2022. 12. 30. 04:28

요즈음 공적인 일만 13역 이상은 하는 것 같다.

업무 회의하고 진행하랴, 사람 채우랴, 사무실 차리랴, 집구하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하는 식으로 당분간 이어져 일이 늘어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이다.

조직과 조직원이 라인업(Line-UP, 조직구성, 타격순서)되면 각자 맡아서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겠지만 아직은 발주처와 본사와 시공사와 접촉내지는 통화를 하면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

 

당연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바쁜 만큼 속도감 있어 처리한다.

일이 많다고 한숨을 쉬거나, 주저앉거나, 남탓 할 새도 없다.

나름대로 팡팡 돌아가고 있다.

머리가 안 돌아가고, 몸이 안 따라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약간 과중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나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독일병정처럼 또는 개미 일꾼처럼 뛰어다니던 옛날 생각이 나 이 나이에 이래야 하는 것인지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책임을 맡았으면 해야 하는 것이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준비 과정이 그렇지 막상 해 놓고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짧은 시간에 그만한 일을 그렇게 해내다니 대단하구나.

속으로 자화자찬하며 대견스러워 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지나고 보니 그렇게 발바닥 땀나도록 뛰어다닐 일도 아니었는데 뭘 그리 동동거렸다는 것인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 조용히 라든가, 청소년 여러분 일찍 일찍 집에 들어갑시다라든가 하는 캠페인에 귀 기울여 할 송구영신의 날들에 동분서주하는 것이 좀 억울하긴 하나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것 아니냐며 오늘도 묵직한 가방 들고 귀때기에 전화통 들인대 채로 나간다.

복잡한 시내버스 안에서 화통 삶아 먹을 정도 큰소리로 그래, 청담동으로 5억 보내고, 연신내로 3억 보내고, 부산으로 4억 보내라. 동대문 박 사장한테는 내가 바로 10억 입금하겠다 전하고라고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강남 아파트 한 채 3억하는 지금에 그렇게 큰돈을 굴리는 놈이 시내버스 타고 다니며 돈거래 하느냐며 제발 사람이 좀 되라고 비웃었다는 K 개그맨의 조크가 떠오르기도 한다.

 

미당 선생 정말 바쁘나.

아닌 거 같은데 그러네.

공갈치고, 허풍대면서 호들갑떨지마라.

그 정도 안 하고 사는 사람 드물다.

혼자 일 다 하는 것처럼 동분서주해봐야 알아주는 사람 없다.

감쪽같이 해라.

옆에서 지켜보며 걱정하는 사람 괜히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소리 소문 없이 즐겁게 해라.

 

맞다.

새벽같이 남원으로 내려가 집 7채 구하느라 점심도 거르고 회의를 마친 후에 저녁 늦게 올라오는데 배가 좀 고팠다.

회의는 잘 됐지만 집 문제는 한참 미완의 상태다.

여산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과 늦은 저녁으로 M 칼국수 한 그릇 때렸다.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아는 사람이 허겁지겁 먹는 그 모습을 봤으면 좀 천천히 먹으라며 등을 두드려 줬을 것이다.

그렇게 맛있어본 적이 없는 칼국수였다.

국물까지 다 마시고 나니 그제야 배가 고팠었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씩 먹을지라도 끼니를 거르면 안 된다는 생각인데 그리 쫄쫄 굶고도 괜찮았다니 사람이 궁하면 다 통하게 돼 있는가보다.

집에 와서는 돌김에 밥을 두르르 막아 먹으면서 안나씨가 만들어 가져온 도토리묵도 싹둑 잘라 몇 볼테기 먹었다.

아마도 내일 아침 베란다 운동을 하고 저울에 올라가보면 목표치를 훌쩍 넘을 것 같은데 인정할 것은 하면서 시정을 해야 할 것이다.

 

하여 거나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고마운 일이다.

본인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의 가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해야 할 텐데 본인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니 최선을 다 하는 길이 됐으면 한다.

오늘 하루 더 대전에서 할 일에 매진하고는 내일과 모레 송년 미사와 신년미사를 통해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잠시나마 가볍게 움직이고 생각하면서 호연지기를 누려야겠다.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