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첫날

Aphraates 2023. 1. 9. 03:49

남원 업무 착수 첫날이다.

그동안 한 달여에 걸쳐 준비 요원으로 간간히 남원에 내려오거나 대전에서 준비 회의를 해왔기에 출발이 낯설지는 않다.

 

그래도 가슴이 설랜다.

첫날밤을 치르려고 처가나 시댁으로 가는 신랑 신부 맘 같기도 하고, 임전무퇴로 기필코 승리를 쟁취하고 오겠다며 깃발을 올리고 함성과 함께 출전하는 장군과 병사들 심정 같기도 하다.

실상은 시험이고 경기고 준비하는 과정이 조마조마하고 어렵다.

막상 부딪혀보면 우열과 강약이 바로 드러나 어찌해야 할 것인지 안다.

그러면 현실에 맞게 대처하면서 그게 그랬구나 하고 넘어가게 되니 지레 걱정할 것은 아니나 열심히 하고 잘 돼야 하는 것이기에 새롭다.

 

평소보다 좀 일찍 깼다.

소풍 가는 아이처럼 꿈에 부풀고 많은 것이 기대되어 밤샘 잠을 설친 것은 아니다.

2차 이삿짐을 나르느라 고단해서 일찍 잠이 들었고, 해야 할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쳐 그려지는 그림의 압박감에 일찍 눈이 떠진 것 같다.

반백수 시절 같으면 낮에 좀 눈을 붙이고 쉬면 되지만 오늘부턴 아니다.

만나는 사람들한테 하는 말처럼 등에서 콩 튀듯이 움직여야 한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맛있는 몇십 분의 낮잠을 즐길 여유가 없을 것이다.

망설이거나 허둥대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조금씩 결이 다른 것을 극복하고 과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에 잘 쓰던 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떠오른다.

그 말을 쓸 때는 뭔가 부족하고, 잘 안된다는 전제가 붙은 것이기도 했는데 또다시 그를 소환하다니 세상은 역시 돌고 돈다.

두렵진 않다.

가장 큰 빽이 있어서다.

당신이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의탁하오니 지혜와 용기의 은총을 내려주시라고 청하니 맘이 편안해진다.

그런데도 더 졸리지 않고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발주처, 시공사, 현장과의 하루를 생각하면서 사무실 두 개를 어찌 꾸릴지 구상하면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이 뭔지 하나하나 수첩에 적어가면서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겠다는 포부를 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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