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성질빼기는

Aphraates 2023. 2. 2. 04:29

전주(全州)에서 아우님이 현장을 방문했다.

격려와 응원 차원이었다.

해후의 회포가 좋았다.

아우님은 연배는 좀 아래이나 불 공장 입사 동기로서 자별하게 지냈다.

형님이 우리 위수지역에 오셨는데 안 찾아보면 되겠느냐며 우리에게 점심도 사 줘 잘 먹었다.

 

아우님은 지역 감리업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부 심정은 과부가 알고 홀아비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다.

바쁠 텐데 그렇게 생각해주고 배려해줘 고맙고 용기가 났다.

좀 미안하기도 했다.

여기 변전소는 아우님이 현역 시절에 간부로 근무하던 곳이다.

애착을 갖고 본 공사 감리에 응찰했는데 실적 점수가 약해 입찰에 실패했다고 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어도 서운했으리라 생각된다.

미당 선생도 멀리 떨어진 현장보다는 현역 시절에 활동하던 대전/충청/전북지역 바운더리에서 일했으면 하는 심정이었는데 본인이 핸들링하던 변전소에서 시행되는 공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본의는 아니나 남의 안방에서 살림을 차린 것 같아 미안했다.

 

퇴직하고 처음 만나는 아우님인데 여전했다.

꼿꼿하고 직설적인 성질빼기는 변함이 없었다.

감리 일을 하면서 겪은 일화를 이야기할 때는 물불 안 가리는 옛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감리와 시공사, OBYB 근황을 훤히 꿰차고 있었다.

누구는 어디에 있고, 누구는 어찌 지내고, 어디 어떻고 하다면서 모르는 것이 없이 소상하게 말하여 머리 참 복잡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태생을 고칠 수는 없는가 보다.

그게 개인별 지역별 단점이자 강점이기도 하다.

경상도는 화끈한 것이 좋고, 전라도는 칼칼한 것이 좋다.

충청도는 묵직한 것이, 서울은 사철한 것이 좋다.

반대로 말하면 좋은 것이 안 좋은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아우님도 이제는 잠잠할 나이가 됐다.

하지만 사려분별 명확하고, 적극적이고 비판적이었다.

충청인인 형이 호남인인 아우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구구절절이었다.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아직도 카랑카랑하고 강하다.

지역에서 좀 유연하게 지내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다른 화제가 길게 이어질 것 같아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말로 대신했다.

 

옛사람이 아름답고, 옛사랑이 애틋하다.

그제는 옛 상사이자 같은 회사 소속의 기술사인 P 선배님이 순천 현장으로 가시면서 남원을 지나다가 생각이 나 전화했다며 연락을 주셨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호남 지역의 옛동지들과 한번 만나자고 하시어 대환영이라 했다.

오늘의 짧은 만남이 아쉬우나 다음에 대전 전력과 전주 전력의 OB 들과 만나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약속한 K 아우님이 반갑고 고무적이었다.

손이 아플 정도의 센 악수였는데 그런 악수는 맨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바뀌기를 희망하는 게 있다.

트레이드 마크 같은 성질빼기를 좀 누그러트렸으면 한다.

 

오늘은 초임지인 사양변전소(斜陽變電所)에서부터 인연이었던 S 사장님의 후진인 P 사장님 일행과 현장 미팅을 하는 날이다.

시공사로 오시게 되어 사전 업무 협의를 하고자 감리사 차원에서 주관한 예비 착공 회의인 셈이다.

역시 옛사람과 옛사랑이다.

대형 프로젝트에서 각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인터페이스에 의한 상호 협력으로 준공 목표를 달성하자는 의기투합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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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