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한 곳이 없다
오늘 점심을 뭔 먹을까.
갓난 엄니의 말씀대로 “끼니는 가르는 게 아니다”,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다”를 지키고 싶지만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현장에서는 간단한 아침과 회식의 저녁은 그럴지라도 점심 한 끼는 잘 먹어야 하루가 안녕하다고 하는데 실상은 더 고민스러운 편이다.
못 견딜 것만 같아 속을 풀어야 하는 경우를 빼고 일상적이라면 또, 집밥 같은 구내식당이 아니라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점심때가 되면 어렵다.
C 대리님, 오늘은 어디로 가시나요.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 처지에서 그렇게 물으니 묻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어색하다.
역시 운전대 잡은 분의 맘대로이겠지.
일행을 태우고 행차하는 운전자일지라도 혼자 맘대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결정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을 텐데 오늘도 그렇게 일임을 하는 형태였다.
어제 걸친 한 잔도 있고, 마땅히 당기는 것도 없고, 별로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저녁에 대전 집에 가면 조촐하고 촌스럽지나 우리 식대로 잘 먹을 테니 오늘 점심은 거를까 하는 생각이었다.
메뉴를 개발하라는 압박받는 C 대리가 즉석에서 스마트 폰을 두드리더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리밥집이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난 괜찮은 데 다른 분들이 어떤지 옆방으로 가서 물어보고 결정하라 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옆방으로 달려가더니 금세 와서는 다들 좋아하신다며 예약했다.
밥집 찾아 한 달여인데 보리밥집은 좋은 점수를 줄 정도였다.
상중하[ 上中下, (the first, the second, and the third grades),( good, better, and the best)]로 고객이자 소비자의 눈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상위 그룹으로 분류해도 좋을 정도의 가성비였다.
옛날의 보리밥을 현대식으로 비벼 당긴 한 그릇이 괜찮았다.
보리밥의 힘이라고만 하긴 그렇지만 연속되는 오후 미팅과 업무를 부드럽게 마무리하고 퇴근하여 대전 집으로 향했다.
설렌다고 할 정도는 아니나 피곤한 주말과 오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특하고도 반가운 콧노래가 나왔다.
남부여대로 빵빵하게 차 묵직하게 살림살이를 싣고 출발하는 임실과 전주 사이에서 저 멀리 보이는 저녁노을이 정겨웠다.
향촌에 도착하여 대형 가방을 메고, 짐을 손에 들고 끙끙거리며 올라와 집 문을 여니 따뜻한 공기와 몸에 익은 집 냄새가 참 좋았다.
역시 내 집이 좋다며 집순이와 집돌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 사람 또 없다는 노래가 생각나 크게 틀어 놓고 주방은 데버러가, 거실과 안방은 미당 선생이 정리했다.
할 것이 많으나 움직이는 손결이 한결 가벼웠다.
검색을 하다 보니 내 집만 한 곳이 없다는 영문 문구가 있었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이었다.
“11월 12일 오늘의 영어 속담은 '집만 한 곳이 없다.'입니다. 으레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집이 제일 좋다!"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모두 집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따뜻하고 포근한 안식처, 집만 한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아름다운 교육 신문)” 라는 주석도 붙어 있었다.
이(理)와 육(肉)의 서양이나 기(氣)와 채(菜)의 동양이나 근본적인 것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늘은 대전 귀인(歸人)의 향촌 가사(家事)로 바쁜 주말이 될 것이다.
치과, 이발, 집 계약, 세차, 아파트 주민 세대 등록, 자동차 검사, 보험사 처리, 연말정산, 신부님 인사, 지인 인사와 안부 등등으로 한 짐이다.
대자 임플란트 시술 때문에 소맥 폭탄 작전은 잠시 중단 상태이나 스스로 바람을 잡지 않는다 해도 언제 어디서 폭탄 투하 작전이 벌어질지 모르고, 그를 마다할 미당 선생이 아닌지라 그러다가 할 일을 마무리 못할지도 모르는 위태위태함은 늘 살아 있다.
그래도 집인지라 맘이 편안하다.
남원 집도 좁은 전세 투룸이긴 하나 공식적으로 정당하게 받아 잘 사는 고마운 집인지라 불편하다 할 것은 아니나 편하기로는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