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사
공과 사를 구별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사람은 배운 대로 하고, 아는 만큼 한다고 하였듯이 어른들로부터 물려받은 대로 아이들한테도 대물림했다.
분위기가 그랬고, 흐름이 그랬다.
공사구별이란 말은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대의 산물이다.
개인보다는 단체를 먼저 생각하고,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라는 일종의 개인 희생에 국익 우선주의였던 셈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개인 잘 살아야 국가도 부흥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 거는 모르니 아는 사람과 하는 사람들이 하라고 일임하거나 미룬다.
부부 맞벌이가 필수다.
그래야 간신히 생활을 유지하고, 곱디고운 외둥이의 앞날을 조금이나마 뒷받침할 수 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거나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했다가는 선출직 공무원들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꼰대 같은 소리를 하느냐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이다.
물론 자신을 보수라고 하면서 보수의 큰 덕목 중 하나인 경로효친에 찬물을 끼얹다가 된서리를 맞는 경우도 있다.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노인들 지하철 무임승차라고 몰아붙여 호응을 얻는가 했다.
하지만 그런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불효막심한 자들은 정치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나서자 후일을 도모할 동력이 상실될 거 같은 불안감에 묵묵부답인 반 꼰대 기수를 자임하던 인사들도 있었다.
낭군님이라고 칭송받던 남편이 아이 기저귀 가방을 메고 다니며 설거지하는 세상에 개인과 가족의 복리보다 공동체원과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라고 하면 뭐 저런 게 다 있느냐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사적인 전화는 금하라.
사적인 일은 퇴근 후에 해라.
직장에 출근하면 직장 일을 해야지 집안일을 생각하지 마라.
라떼의 직장에서 통하는 무언의 불문율이었다.
기존 체제 고참이나 간부들은 업무 중에 사적인 전화를 하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하게 되더라도 남들 들을까 봐 전화기를 귀와 입에 바짝 대고 속삭이듯이 하거나 얼른 사무실 밖으로 나가 다른 데로 가서 간략하게 요점만 말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전화를 삼가거나 자제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금은 자유롭다.
그런 거 저런 거 안 가리고 큰소리로 호탕하게 통화한다.
옆에 어른들이 있거나 애들이 있거나 신경 안 쓰고 자유자재로 할 소리 안 할 소리 시시콜콜 장황하게 다 한다.
언론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다.
국가주의보다는 개인주의가 우선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만사 젖히고 불편한 몸을 이끌며 전쟁터로 달려가겠다는 사람도 많지만 성한 몸으로 외국으로 나가 다른 방법으로 애국애족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공과 사라”는 말을 검색하니 역사 용어사전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분량이 만만치 않다.
글자 크기 8pt, 줄 간격 100%로 A4 용지 7장 분량이다.
그만큼 기술할 것이 많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공사구별이 애매모호한 것은 미당 선생과가 아니나 시류가 그러니 세대를 호흡하는 건전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으면 키울 사람이 키울 테니 엉뚱한데다 대고 엉뚱한 질문하지 말라고 눈총을 받을 것이다.
중대장이 진군 앞으로라는 명령을 내리면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일단 엄마한테 전화하여 우리 중대장님이 앞으로 가라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봐야 하고, 부장이 출장 지시를 하면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와서 엄마한테 전화하여 어찌해야 하느냐고 엄마 결심을 받아야 하는 외동이 세상이 지금이다.
그렇더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신구동행(新舊同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안 그러면 역사의 단절로 되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 하겠는데 불변의 법칙 같았던 옛것들이 우습게 여겨져도 세상은 새롭게 굴러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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