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렁이 쌈밥

Aphraates 2023. 2. 18. 03:52

맛있는 것이 뭔가.

특별한 곳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집밥만 못하다.

맛있는 것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미식가 스타일도 아니다.

오다가다 그 지역의 별미가 있으면 한 번 음미해보는 정도다.

그러니 같은 길을 몇 번 지나다 보면 더 당기는 것이 없어 간단하게 밥을 싸 갖고 다니거나 간식을 먹는 것으로 허기를 달랜다.

배를 안 곯아봐서 그렇지 배고프면 그런 거 저런 거 가릴 새가 어디 있느냐며 배부르고 행복한 고민이라고 디스 당할 수도 있지만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남원 살이 두 달 정도인데 먹는 걱정이 적지 않다.

집에서야 요리 전문가가 있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집 밖이 문제다.

한 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밥집 찾아 삼만리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점심이 그렇고, 오가는 호남고속도로-익산 순천 고속도로가 그렇고, 몇 번의 회식과 외식을 한 남원이 그렇다.

유혹이 없고, 끌림이 없다.

까다로운 면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딱히 갈 곳이, 마땅히 당기는 것이, 그거다 하고 떠오르는 것이 영 부실하다.

 

그런 애로사항을 데보라가 종종 해결한다.

요리나 먹방 프로를 보면서 이거다 싶으면 메모했다가 전해준다.

어디에 뭐가 있다고 소개되던데 괜찮아 보이던데 기회가 되면 한번 들려보자는 식이다.

그런데 지리 정보다 약한 데보라라서 그 어디라는 것이 좀 엉뚱한 측면도 있다.

주소지인 대전이나 주거지인 남원을 거점으로 하여 오갈 수 있는 행동반경이라면 부담이 없지만 그 밖이면 일부러 찾아가긴 어렵고 그쪽으로 갈 기회가 되면 들려보자는 것으로 종결한다.

이를테면 남원을 중심으로 하여 어렵지 않게 드릴 수 있는 목포 쪽의 서해안, 여수 순천 쪽의 남해안 다도해, 지리산 동편과 서편, 전주와 익산과 군산 지역이라면 시간 있을 때 가볼 수 있지만 멀리 강원도 동해안, 경기도 휴전선, 경상도 동부 해안 지역, 제주도와 울릉도 해외 지역이라면 작정하고 가야지 안 그러면 어렵다.

 

여산 휴게소의 우렁이 쌈밥이 텔레비전에 나오던데 언제 한가할 때 들려보자고 한 지가 좀 됐다.

미루다가 어제 올라오면서 들려 그것으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둑어둑해질 때 여산 휴게소에 도착하여 식당가로 들어가 메뉴판을 봤다.

대부분이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메뉴가 보이지 색다른 메뉴인 우렁이 쌈밥은 안 보였다.

휴게소 밖에 별 채로 그런 식당이 있나 하고 둘러보았지만 없었다.

지역 특산품 가게 유리창에 지역 특산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빛바랜 우렁이 사진만 있었다.

오늘 저녁 외식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면서 집에 가 뜨끈한 밥에 남원에서 요리한 두부찜과 시금치 나물무침과 파래김으로 하자고 했다.

빈손과 빈속으로 다시 출발하면서 얘기했다.

휴게소에서 좀 번잡한 쌈밥 정식을 메뉴로 한다는 것이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데보라가 잘못 본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분명 봤다면서 아까 우렁이 사진 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도 맞는 말이어서 다음에 다시 한번 검색해보자며 끝냈다.

 

가끔 보이는 우렁이 쌈밥집이다.

그러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렁이 쌈밥은 좀 엉뚱한 면이 있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다는 정도로 돈키호테식은 아니다.

어쨌든 결론은 기대했던 우렁이 쌈밥집이 없다는 것이다.

양식이나 김제 만경평야의 자연산 우렁이 요리를 지역 별미라 개발하여 휴게소에 입점했으나 수요가 많지 않아 철시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다.

 

그렇다.

오늘은 공갈 우렁이 쌈밥 한 끼니 잘 먹었다.

부족했다면 오늘 정산 물안이에서 보충하면 된다.

큰형님 생신 축하연에서 본가와 외가 가족들이 모여 케이크와 불고기백반을 맛있게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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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