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했다
개념도 불투명하고 책임감도 희미한 신세대 그룹 때문에 또, 말 안 해도 알만한 데 늘어지는 백전노장 그룹 때문에 심기가 편치 않은 아침이었다.
있을 수도 있는 일이어서 맘에 담아둘 것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 지리산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문앞에서 못 보던 작업자가 변전 감리단장 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제가 단장인데 무슨 일이신가요 하고 물었더니 자재 야적장을 가리키면서 저 자재들 때문에 작업하는 데 불편하고 불안전하니 이동해 줄 수 없느냐고 했다.
야적장을 바라보니 이미 굴착기가 투입되어 정지 작업을 하고 있는 폼이 여차하면 자재들을 들어 옮길 태세였다.
열이 팍 올랐다.
몇 주 전 업무 회의에서 그 자재는 건설 사업소나 운영 사업소에서 임의로 조치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전력연구원 소유이고, 연락하여 협의한 결과 3월 말까지 치워준다고 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새로 투입된 철근 분야 사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문제 제기나 업무협의를 하려는 것은 분명 주간사에서 한 번 가서 다시 얘기해보라는 코치를 한 것 같았다.
당장 책임자를 호출할까 하다가 자재를 옮길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줬는데도 계속 자기들의 필요성만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자연스레 언성이 높아졌다.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데 왜 그러느냐며 주간사 관계자를 찾아가 협의하라고 소리 지르는 식으로 불호령을 내렸다.
철근 사장도 더 이상 얘기해봐야 씨알도 안 먹힐 거라고 판단했는지 그럼 말씀하신 대로 조치하겠다면 돌아갔다.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오늘 아침부터 열받게 하는 사람들 많네.
내가 다혈질인지 상대가 부족한 것인지 모르지만 기분은 안 좋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무실에 가 공문과 메일을 확인하면서 조금 전의 일을 되돌아보니 내가 너무 했다는 반성이 됐다.
일하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당연히 말할 수 있는 건이고, 그를 직접 관리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내막을 아니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안내해줄 수 있는 일인데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도 됐다.
아니면 아닌 것이지 뭐 그렇게 쐐기 머리 흔들 듯이 할 것은 뭐냐며 돌아섰을 힘 없는 철근 사장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다음에 만나면 작은 것 하나라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이자 불편했던 심기가 죄송스러운 것은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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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