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을 닫았다

Aphraates 2023. 3. 5. 17:37

미사 참례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갔다.

주일 종일 집에 있으면 내일 월요일 하루가 지루하므로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목적지도 있었다.

지리도 익힐 겸 해서 줄을 서서 사 먹는다는 빵집으로 향했다.

전국 유명 빵집은 입소문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남원 같은 지방 소도시에 그런 빵집이 있다니 안 가본다면 단기간이긴 하나 남원 시민이 된 사람으로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상으로는 멀지만 실제로 찾아 걸어가 보니 편도 4,000보 정도로 멀지 않았다.

 

걸어간 길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로 주요 도로였다.

그런데 업종을 구분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가게 들이 문을 닫았다.

휴일에는 영업하지 않는 시대적인 흐름의 영향이 크겠지만 경기 불황에 따른 여파도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적이 드문 휴일에 문을 열어봐야 찾아오는 손님도 없고, 전기료와 인건비만 나가니 그것이라도 절약하여 수지타산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일 텐데 바라는 모습은 아니다.

 

M 빵집에 도착하여 문을 밀었다.

닫혀 있었다.

안에서 종업원인 듯한 여자가 문 팻말을 가리키며 보라는 시늉했다.

읽어보니 지금은 빵을 만드는 중으로 빵이 나오는 시간은 하루 세 번이라며 시간을 적어놨다.

영업전략인지 아니면, 밀리는 수요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인지 모르겠으나 뭐 그렇게 대단한 빵집이라는 것인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자기 맘대로 팔고, 그런 식으로 손님을 길들이겠다는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한데 그러지 말라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금으로 만들었어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사 먹을 빵도 아닐 것이고, 빵에 울고 웃는 빵돌이도 아닌 것을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닌 것 같이 두말할 것 없이 반대편 도로로 해서 되돌아왔다.

인근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자신만만하다고 하는 만둣집에 들렸다.

왕만두와 찐빵이 각각 5개씩인 두 팩을 사 들고 집에 와 점심으로 대신했다.

다 먹진 못하고 4개가 남아 저녁에 먹기로 했다.

 

문을 닫는 것도 양극화다.

문을 닫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상은 천양지차다.

어떤 집은 기본비용도 안 나와 무지금 문을 닫는다.

어떤 집은 밀리는 손님을 주체할 수 없어 시간을 정해 문을 닫는다.

여직원한테 그 집 빵이 그렇게 맛있느냐고 물었더니 P씨가 컨설팅하러 다녀가고부터는 손님이 밀리기 시작했다는데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먹어봐야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기분이 쪼깨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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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