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회전율

Aphraates 2023. 3. 13. 18:03

장사의 신 이야기다.

제한된 시간과 조건하에서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회전율 (回轉率)을 높이는 방법이 좋다고 한다.

특히 식당 같은 데서 그렇단다.

손님을 맞는 테이블과 방은 한정돼 있는데 한 팀은 방에서 무지금 앉아서 죽치고, 한 팀은 기약 없이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구조라면 매상을 많이 올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테이블과 방을 뺑뺑이 돌려야 한다.

먹을 거 다 먹었으면 노작거리며 시시덕거리지 못하게 내쫓아야 한다.

더 이야기하거나 차 마시는 것은 널따란 홀과 테이블이 많은 커피숍이나 편의점 탁자에 가서 하라고 엉덩이를 차 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냥 엉덩이를 차 내쫓으면 망한다.

안 아프고 기분 상하지 않게 기술적으로 손님 퇴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소맥 폭탄 작전은 M 갈빗집에서였다.

개축하더니 장삿술도 달라졌다.

신기하면서 어색하기도 했다.

전에는 단일 메뉴에 간단하게 서빙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갈비 1인분 가격을 정해 놓고 주문에 따라 종업원이 갖다주고, 반찬은 자율이었다.

시간제한이 없었다.

매상에 관계없이 문닫을 때까지 앉아서 먹어도 됐다.

 

바뀐 시스템은 이랬다.

갈비 1인분에 얼마라고 좀 높게 책정해놓았다.

손님 맘대로 자율적으로 갖다가 먹는 무한 리필이었다.

술이나 음료수는 전처럼 먹는 대로 값을 치렀다.

대신 시간이 한정돼 있었다.

평일에는 120, 휴일에는 100분으로 정해 놨다.

그 시간이 지나면 고기든 반찬이든 리필을 중단하고, 빨리 나가라고 불까지 빼는 방식이었다.

 

처음 대하는 시스템이라 이상했다.

식사 준비, 지금부터 식사 시간 5, 식사 개시, 식사 끝이라고 조교가 구령하는 논산훈련소도 아니고 시간에 쫓겨 시간을 연시 봐 가면서 먹는 것이 불편하고 기분이 언짢았다.

 

우리 꽈는 아니었다.

옴팍 집에서 괴타리 풀어 놓고 온갖 헛소리 다 해가면서 노작거리는 것이 좋은 세대들이 그런 요상한 회전율 향상 상술에 만족할 리 없다.

그래서인지 고기 맛도, 술맛도, 분위기도 파이였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주거니 받거니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게 사람 사는 재미 아니냐고 감탄함 직한 날인데 시간아 좀 빨리 지나가서 우리도 집에 가자 하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그래도 다음에 다시 한번 더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인지 아니면, 손사래를 치며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좀 거시기하다.

 

회전율 제고 방안에 대해서 머리를 많이 썼을 것이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해서 채택도 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점포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전국적으로 다른 점포도 같은 방식일 것이다.

조만간에 소비자 측의 판단이 있을 테니 성패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나름대로 획기적인 방법인 것 같다.

모험일 것도 같다.

우리 실정과 기호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새로운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구제도로의 복귀는 아니나 현 제도로는 안 되겠다며 대폭 수정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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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