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신 이열치열

Aphraates 2023. 4. 1. 21:05

지리산 정령치 아래 마을에서 냉면을 먹었다.

현장 근처 몇몇 집을 전전하다보니 질리기도 하여 좀 한가한 금요일에 색다른 것을 먹어보자고 하여 식당을 검색해 찾아 메뉴를 바꾼 것이었다.

등산객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시골 식당치고는 깔끔하고 냉면도 맛있었다.

만두를 곁믈여 한 그릇 해치우고 나니 잘 먹었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도 잠시였다.

사무실에 복귀하여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문제가 나타났다.

(), () 두 상무님이 속이 이상하다면서 연시 하품을 하시었다.

뭐든 맛있게 잘 드시는 분들이 그런 것은 이례적이었다.

혹시 갑자기 차가운 것이 들어가자 속이 놀랜 것 아니냐며 소화제라도 좀드셔보라고 했더니 이미 먹었다고들 하셨다.

 

퇴근을 하여 각자 갈 길을 갔다.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시는 분들, 자가용으로 부산으로 가시는 분, 시외 버스를 타고 장흥으로 가시는 분, 남원에 남아계시는 분들, 대전으로 가는 사람 하나로 뿔뿔이 흩어졌다.

 

미당 선생도 바쁘게 움직였다.

주말과 주일 일정이 만만치가 않았다.

즐겁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햇볕을 안고 대전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잘 올라오는 중에 탈이 났다.

대전-남원 중간지점이 전주 완주 지역에 이르자 아까 두 분처럼 연시 하품이 나오고 몸이 무거웠다.

별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몸이 왜 이러지 하면서도 일단은 대전에 도착하여 생각해보기로 하고 한 번도 안 쉬고 달렸다.

갈증이 났다.

둘이 먹어도 충분한 수제 딸기 주스를 혼자서 다 마셨다.

상습 교통 체증이 되는 서대전 삼거리에서는 몸이 뒤틀렸다.

창에서 내릴 순 없고 엉뚱한데 화풀이를 했다.

수십 년 째 상습 교통체증이 이어져 내려오는 지역이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도로를 고치던가 해야지 상습 교통체증 구간이니 운전 조심하라는 팻말만 붙어있는 것은 무슨 행티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천신만고는 아니고 어렵게 향촌 집에 도착했다.

남원에서 갖고 온 짐을 올리고는 이내 병중(病中) 상태로 들어갔다.

민간요법으로 1차 자가 치료를 하기 위하여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지지면서 신음소리와 함께 투병(鬪病)에 돌입했다.

효과가 없었다.

전같으면 그 정도 몸을 달랬으면 좀 가벼워질 텐데 내내 마찬가지였다.

다른 방법을 썼다.

전기담요에 두터운 이불로 몸을 보호하면서 구들장 신세를 지는데도 별 차고가 없었다.

오만가지 개꿈을 꿔가면서 잠이 들었다 깼다 하기 수차례이다 보니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병원은 생각을 안 했다.

그러다가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버텼다.

물이고 뭐고 전혀 생각이 없어 아무 것도 먹질 못 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영양 공급이 중단돼서 몸은 몸대로 고단해지고, 맘은 맘대로 약해졌다.

 

부글부글 끓고 줄줄 새는 상태에서 주말 아침이 밝았다.

몸은 여전히 그랬다.

머리는 산발하고, 몸은 무거운 추를 달아 놓은 것처럼 움직이질 못했다.

저이는 왜 저러고 다니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옴직도 했다

아침은 어림도 없었다.

간신히 일어나 몸을 정결히 하고 첫 환자로 예약된 치과에 갔다.

치아가 흔들리는 것은 임프란트가 잘못돼서 그런 것이니 바로 간단하게 조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꿈도 야무졌다.

임프란트 옆의 치아 하나가 풍치 상태가 되어 흔들리는 것이라며 그대로 두면 다ᅟᅳᆫ 치아까지 망가질 수 있으니 다음 주에 발치하자면서 치료해주셨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호되게 다루셨다.

내가 저녁도 아침도 굶고 몸이 엉망이니 살살 좀 해 주시라고 하고 싶었으나 몸은 내 것이라도 일단 맡기면 의사 선생님 것이니 그를 수도 없어 꾹 참았다.

 

약 처방을 받아 약국으로 올라가려고 승강기를 탔더니 젊은 남자와 중년의 여자가 타고 있었다.

얼얼한 볼테기를 만지면서 이빨을 마구 쑤셔대니 안 좋던 속은 명함도 못 내미는지 괜찮은 것 같다며 큰놈에 가려 작은 놈은 안 보이는 것 같다고 했더니 남자가 정말 그렇다면서 공감한다는 듯이 미소를 띠었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그 이슈들의 크기가 대동소이하니 덕을 본 것은 아닐 것이다.

 

치과를 다녀와서 또 몸져 누웠다.

점심에 유성에서 문화동 사람들오찬이 있다.

부부동반인데 뭘 먹지는 못해도 가긴 가야 했다.

모임에 가기 전에 남원 단원들께 대전사람 몸 상태가 이런데 괜찮들 하시냐고 단체 카톡을 보냈더니 저도요, 저도요 하고 카톡이 올라왔다.

여덟 중에 다섯이 그 지경이었다.

만사가 귀찮은 상태에서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이건 분명 어제 점심 냉면하고 연관이 된 것 같았다.

월요일에 정 대리님을 통하여 그런 일이 있었다고 식당에 알려줄 필요성은 있겠다는 결론을 내고는 비틀비틀하며 일정을 소화해냈다.

 

장어에 소맥폭탄 몇 개 좋다, 구수한 잔치 국수 좋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나눌 이야기가 많아서 좋다, 다음에는 어디로 모임 단체 여행을 갈 것인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애들이 어찌어찌 하여 좋다......, 좋은 것이 많았지만 우선 당장 몸이 괴로우니 다 공염불에 화중지병이었다.

콜라 한 잔 못 마시고 장어를 구워 내고, 술을 따라 주고 하는 짜증스러운 주모 역할을 하노라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함부로 몸을 굴리고 붜라 마셔라 객기를 부릴 것은 아니나 만나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오붓하고 정겨운 시간을 가질 수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드는 신 이열치열(新以熱治熱)을 체험한 와병(臥病)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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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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