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 하던 짓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탈 난다고 한다.
인품으로 보나 지위로 보나 그럴 사람이 아닌데 어린애들도 안 그럴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면 머리에 손가락을 대고 돌리면서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걱정을 듣는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가 안 시켜도 내내 잘하던 짓을 안 하면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환경으로 보나 여건으로 보나 전에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이 모든 걸 접어버리면 혀를 차면서 어딘지 모르지만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밥은 안 먹어도 글은 써야 하는 사람이 이틀을 걸렀다.
글을 안 쓴 것은 아니다.
12일에는 자기 할 일들은 못 하면서 평론가처럼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는 사람들을 향한 불편한 심기의 표시로 “입만 살아가지고”, 13일에는 밀림을 훼손시키는데 우리나라 중장비가 사용된다며 중장비 제조나 수출을 삼가해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한 것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마약도 아닌데” 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 못 올렸다.
올릴만한 여유가 없었다.
한판 벌였다.
YB들이 OB들을 응원하는 자리였다.
양꼬치를 안주로 하여 어른 팔뚝만 한 연태 고량주 몇 병을 해치우고, 2차까지 가서 흔들어대다 보니 오버 페이스가 됐다.
이튿날까지 고생했고, 후유증에 몸을 다스리느라 또 고생했다.
YB들은 OB들을, OB들은 YB들을 대단하다고 서로 치켜올리면서 옛 기분을 살리다 보니 그리됐다.
내일 삼수갑산에 가더라도 고이고, 내일 곧바로 O한다고 해도 X하는 식이었는데 그게 바로 무리수였다.
맘은 간절해도 몸은 그를 뒷받침 못하여 엇박자가 난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기분을 내다보니 호된 대가를 치른 것인데 그래도 반갑고 즐거웠다.
다음에 또 만나자고 구체적으로 약속은 안 했지만 언젠가는 그날의 고생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그 전날의 업된 기분이 그리워 이심전심으로 만나게 될 것이고, 그를 마다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안 하던 짓을 할 수도 있고 하던 짓을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니 그런 문제로 노심초사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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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