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휴식

Aphraates 2023. 4. 23. 07:34

한 달이 좀 넘었다.

긴급 산업안전 보건 조정회가 열렸다.

주관자인 토건 감리단장님께서 변전 감리단장과 주요 시공사와 사전에 조율된 사항이었다.

EPC, 일반도급사, 전문도급사를 포함하여 관련 회사 책임자들이 참석하시어 안건을 토의하고 결정했다.

 

안건은 출퇴근 시간과 근무/휴식 시간 조정이었다.

사유는 대형 제어동 2동 건축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투입된 철근과 목공 분야에서 요청한 휴식 시간 단축과 출퇴근 시간 조정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공사 위주로 유지되고 있는 평소 근무 및 휴식 시간은 이렇다.

 

07:30 출근 및 작업준비

08:00-12:00 작업

12:00-13:00 점심시간

13:00-16:30 작업

16:30 : 작업 종료 및 퇴근 준비

17:00 : 퇴근

 

이는 법정 근로 시간 8시간에 휴식 시간 1시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철근/목공 분야가 투입되면서 시간 조정이 제기되었다.

그 분야에서는 전국적으로 그렇게 한다는데 점심시간(휴식시간)30분만 갖고 30분 일찍 퇴근하니 그렇게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

다른 분야와는 다른 것이어서 찬반양론이 심했다.

발주처에서는 휴식 시간을 30분 줄이는 것은 위법이라며 한마디로 불허했다.

방법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것뿐이었다.

조정 회의에서 30분 일찍 출근하여 30분 일찍 퇴근하기로 하였다.

9시 정시에 출근하여 18시 정시에 퇴근하는 일반적인 시스템에 익숙한 근로자들 처지에서는 여간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나 변경을 강력히 요구하는 철근/목공 분야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었다.

 

휴식 시간을 보장한 것은 좋은 제도다.

거기에다가 휴식 시간을 가질 공간도 마련하도록 한 것도 좋은 제도다.

한눈팔 새 없이 돌아가는 일터에서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시스템도 꼭 필요한 제도다.

 

요즈음 휴식 시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시간이 빡빡하고 일들이 많다.

시가별로, 일별로, 주간별로, 월별로, 연별로 휴식 시간은 꼭 필요하다.

일할 때 열심히 하고 쉴 때 푹 쉬어야 한다.

안 그러면 피로가 누적되어 심신은 심신대로 지치고, 일은 일대로 더디고, 안전사고는 사고대로 발생할 확률이 늘 수밖에 없다.

필요하면 행해야 한다.

그게 세상 이치와 인간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적절하게 행할 필요가 있다.

때를 놓치고 망설이다가 소탐대실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행해야 두루두루 이익이 되는 것이다.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우기가 되긴 전에 목표 공정 달성하기 위해서다.

법적으로 금지된 일요일 근무를 빼고는 토요일이나 다른 휴일에도 일하려는 것이 시공사 사정이다.

감리단도 덩달아 바쁘다.

감리원이 없으면 작업을 못 하므로 시공에 따라 입회하고 있다.

 

우리도 순번을 정하여 토요 주말 작업에 입회하고 있다.

불만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논란 중인 근로 시간 문제로 어떻게 결론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휴일, 연장, 야간 근무 같은 것은 거부하는 분위기다.

시대 흐름과도 안 맞는 것 같고, 이미 단축 근로 시스템에 익숙해진 근로자들로서도 반대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시간 외 근무는 안 하는 것이 좋지만 우리가 그런 불가피한 사정이라는데 몰라라 할 순 없다.

 

일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하나 무리하는 것은 불행이다.

행복지수는 높이고 불행지수는 낮춰야 한다.

균형을 맞춰 제로섬으로 만들어야 만사태평이지 일그러져 삐거덕거리면 안녕하지 못할 것은 뻔하다.

 

이치가 그러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바쁘게 손발과 머리를 움직일 때는 움직여주고 풀어줄 때는 풀어줘야지 안 그러면 만수무강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좋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할 것은 아니다.

일하기 싫어서 뺀들거리는 것은 안 되겠으나 쉴 때는 눈치 안 보고 푹 쉬어주는 휴식이 필요하다.

 

주님의 날에 얹혀서 푹 좀 쉬고 잡다.

뭘 했다고 쉰다는 것이냐 하는 누군가의 소리도 들리는 듯하지만 그래도 쉬긴 해야 할 것 같으니 나에게로 오라고 하시는 말씀의 반향이 더 크다.

그렇지요. , 갑니다라고 응답하면서 뛰어가려고 아침 햇살에 빛나는 쉼터 도통동 성당을 바라보니 몸과 맘이 편안해진다.

내일에는 어떤 것들이 밀려올지 모르지만 거뜬히 이겨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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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