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산 수박

Aphraates 2023. 5. 3. 03:58

완전 유기농 무공해 농산물입니다.

자신있습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생산자인 농부 또는, 유통 단계인 장사나 요리가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어떨까.

쉬운 문제는 아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 인생에 박수라는 노래를 부르며 환호할 수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상에 속고만 살았나.

OOO 빤스를 입었나 왜 그렇게 의심이 많은 거야.

 

그런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맘이 편칠 않다.

의심치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는 말씀을 따르는 사람일지라도 정말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불신이 만연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완전 유기농 무농약 재배로는 채소 한 잎에 열매 하나 제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 자연환경의 실상이다.

자연 퇴비를 좀 더 쓴다거나 농약을 좀 덜 한다거나 한다면 몰라도 완벽하게 친환경농을 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직접 농사를 짓고, 내다 팔고, 사서 요리를 한 당사자들이 그렇다는데 그런 게 가능하냐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상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확인한 것도 아닌 막연한 부정적인 평가가 될 수도 있으니 삼가야 할 일이다.

본인들이 그렇다면 믿어야지요 하고 억지 춘향으로 고개를 끄떡이지만 돌아서면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을 나무라기도 적절친 않은 것 같다.

 

무농약의 무등산 수박입니다.

무공해의 청정 지역 산 수박입니다.

 

그런 말만 들어도 시원하고 달콤하다.

무조건 오케이에 두말할 것 없이 게 눈 감추듯이 먹어 치운다.

그렇다면 그런 줄 알고 즐기면 그게 곧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배기 무등산 수박이나 정통 심심산천 산 수박을 먹어봤느냐고 묻는다면 즉답으로 "예"라고 할 수 있는가.

무슨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직설적으로 나오면 어쩌자는 것인가.

명확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몇 번은 먹어보지 않았겠느냐면서 말꼬리를 흐리게 되겠지만 생각만 해도 청량감이 드는 산 수박이다.

무엇 하나 환경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라도 산 수박이라고 하면 신선하고 상큼한 가공되지 않은 천연 농산물이라는 평가로 선수익(先收益)을 따고 들어가는 것이다.

 

닮은 듯 다른 두 녀석이다.

산 수박과 산 도박이 그렇다.

마침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건이 생겼다.

오염된 인간성의 산 도박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친환경 산 수박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주먹으로 내리치면 쩍 갈라져서 붉은 단물이 줄줄 흘러내려 침샘을 자극하는 산 수박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흐르지만 음절 상으로 보면 이웃사촌인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산 도박은 생각만 해도 치사하다.

 

지리산 뱀사골 달궁 계곡으로 천렵(川獵) 한 번 가십시다.

콜에 콜입니다.

여름이 되면 강행군으로 땀 꽤나 흘릴텐데 사전 몸보신하는 기분으로 또, 세상없는 일이 있을지라도 거뜬히 이겨내자는 결의 대회 한 번 하는 것도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니 그리하십시다.

과거 회귀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나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하는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남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들끼리 잘해보자고 도원결의하는 것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동단결로 만면의 미소를 띠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원대한 꿈의 잔치에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노니면서 옛날 방식으로 오가는 현찰 속에 싹 트는 우정의 면모를 보이는 행사도 하자고 했는데 찬물을 뿌리고 오물을 투척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 이야기가 그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였다.

속이고 속이는 스릴 만점의 재미였다.

그 영화는 인기가 좋아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라면 소설-희곡-영화로 이어지는 것처럼 상상의 나라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그 속에 빠져드노라면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은 허무다.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다가 그 허구의 상상에 따라 울고 웃는 가볍지만 의미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자신을 던져 울고 웃다가 끝난다.

거기까지다.

안 되는 것을 어긋나게 꿰맞추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영화 '타짜'가 현실로한밤 중 '산도박' 현장 급습해 일당 검거> 라는 기사가 오늘의 화젯거리다.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났다.

좀 겸연쩍다.

그런 일은 안 된다면서 엄하게 벌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려다가 말았다.

기사를 들여다보니 이웃 동네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말은 느리지만 행동은 빠르다는 충청도 양반고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기죽는 것으로 보속해야겠다.

어제는 칠갑산과 백마강으로 이어지는 미당 선생의 고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사랑한다고 하는 용비어천가였는데 오늘은 자숙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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