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
지인 중에는 교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꽤 된다.
작은형님을 비롯하여 몇몇에 불과한 교육 공무원보다는 교사나 교수 출신의 선생님이 대부분이다.
정년까지 학생을 가르치신 평교사도 계시고, 경력을 쌓아 학무 보직을 맡으셨던 교장(교감)이나 총장(처장) 같은 보직을 맡으셨던 분들도 계시다.
그 지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때 종종 꺼낸 말이 있다.
친소관계에 따라 격식과 수준은 달랐지만 뜻은 하나다.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교직에 몸담았던 것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평생을 학교 울타리 안에서 짜인 시간 틀에 따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인내심과 능력에 앞서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적인 봉사 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경의를 표하면서도 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를 따를만한 그릇이나 인품이 못돼서 불러주지도 않을 테지만 혹시 누군가가 선생님 한 번 해볼 의향 있느냐고 권유한다면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그것만은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치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지난주에 현장 담당 간부로부터 현장에 투입된 전원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해 달라는 부탁받았을 때 부족하지만 기술사 자격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으나 누굴 가르칠 정도는 아니라며 정중하게 사양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우리나라 직업 종류 수는 16,891(2019년)이란다.
지구촌 기준으로는 그보다 훨씬 많아 별의별 직업이 다 있을 것이다.
자기 체질과 취향에 맞아 승승장구하는 직업도 있을 것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마지못해 파동적이고 기계적으로 임하는 직업도 있을 것이다.
어떤 직업도 소중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속담이 그대로 통한다.
나를 존재케 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는 직업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한과 책무다.
남이 볼 때 하찮은 직업도 스스로 느낄 때 만족스러운 직업 이상으로 소중하다.
값싼 노동력으로 할 수 있는 일로서 사회 통념에 상응한 대우를 못 받는 직업일지라도 비싼 인건비가 들어가는 일이 직업이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고고하고 도도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비천한 사람이 대신 해주는 것이니 중요하기로 따지면 우열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어떤 대우와 대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며 묵묵히 해 나가는 사람이 있어 세상은 유지가 되고 발전해 나간다는 자부심과 자긍심 고양도 필요하다.
모든 것은 상대성과 형평성이 있다.
돌고 돈다.
쌀밥이 보리밥에 우선이라고 해서 기고만장할 것은 아니다.
보리밥은 콩밥보다 낫고, 콩밥이 보리밥보다 밀리지만 쌀밥을 앞서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독야청청의 쌀밥은 아니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다양화 시대에 온리(Only, 오로지)의 독불장군이나 유아독존은 위험천만이다.
그렇다고 근본이 달라져서는 아니 된다.
기본을 유지하면서 변하고 나아지는 것이 진정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교직에 대한 인식이 또 다른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다.
<판사·의사만큼 인기높은 ‘천직’이었는데…다시 태어나면 안한다는 교사> 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신성불가침의 위치에서 안정된 자리로, 안정된 자리에서 불안정한 자리로 변해가고 있는 양상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말이나 선생님은 부모님과 동격이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는 세대로서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기류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지긋지긋한 전기기술자 역할과 직업이었는데 퇴직하고 나니 인정받게 되어 해피하다는 대전 향촌과 남원 춘햘골의 모모보다 한 참 더 앞서 나가 다시 태어나도 나는 교사를 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야 할 텐데......, 현실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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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