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쉽니다
얼큰한 짬뽕 생각이 났다.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드는데 별일이었다.
주일이라서 문을 열었는지 알아보고 나가야지 무작정 나갈 수는 없었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넣어봤다.
주일(主日)과 주일(週日) 개념이라면 나는 쉬는데 남들도 쉬어야 하니 문 닫은 것을 두고 장사하는 사람이 그런 거 저런 거 다 가리면 언제 돈 버느냐고 핀잔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원 짬뽕 맛집을 검색했다.
5페이지 정도가 죽 소개돼 있었다.
우리 남원 집 도통동에서 광한루 인근까지 이름이 그럴듯한 집부터 게재된 국선 전화를 찍었다.
한 집, 두 집, 세 집......,
그렇게 여러 집을 찾아 전화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은 휴일이라서 아예 전화를 안 받는다는 얘기다.
한 둬 집은 휴일 영업은 안 한다는 녹음 메시지로 대답했다.
뜻밖이었다.
휴일 영업을 안 하는 추세라고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문을 닫다니 기분이 안 좋았다.
휴무일 병원 당번제 진료처럼 순번을 정해 휴일에도 영업하는 것이 손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짬뽕은 포기하고 찬물 먹고 속 차릴까 하다가 다시 한번 도전해봤다.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그런데 하나가 낚였다.
눈먼 고기는 아닌 듯했다.
상호도 제법 중국 냄새가 풍기고, 영업시간과 배달 사양이라는 영업 소개를 보니 좀 신뢰가 되었다.
“OOO지요.
오늘 영업을 하시냐요.
쉬시냐고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상대방 측에서 “안 쉽니다”라고 바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안 쉬니까 전화를 받았을 테고, 정상 영업시간이니까 오라고 했을 것이다.
걷기는 좀 먼 거리여서 차를 타고 갔다.
광한루에 인접해 있는 제법 크고 청결한 정통 중국집 OO루였다.
제복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매니저의 지시를 받아 가며 어눌한 말로 어서 오시라며 안내하는 것이 인턴을 하는 외국인이나 재외 교포 같았다.
식당 분위기도 괜찮은 데다가 청결하고, 간소한 옷차림의 젊은 손님들도 다소곳했다.
주문해서 빠르게 나온 삼선 짬뽕도 적당한 양에 맛도 좋았다.
우리 부부 측에서 볼 때는 가성비가 좋은 편이었다.
문을 닫았으면 전화가 불통일 테니 “쉽니다” 라는 소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집, 그도 썩 괜찮은 한 집에서 “안 쉽니다”하여 다녀왔다.
단계별로 만족하였으니 오늘 저녁은 성공이다.
휴일에 쉬는 식당이 많다.
평일보다 시간을 앞당겨 일찍 문 닫는 식당도 적지 않다.
돈 많이 벌고 배불러서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전기 요금을 비롯한 인건비 등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손님이 있거나 없거나 문을 열 수가 없단다.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 일을 멈추고 쉬는 시간)을 두는 곳도 많다.
평일 오후 한가한 시간에 BT를 안 하는 식당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되는 데 그도 휴일에 문 닫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시에스타(Siesta: 스페인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 및 라틴아메리카, 필리핀 같은 열대지방의 낮잠 시간)는 사람이 먼저인 것 같은 데 휴일 영업 중단과 브레이크 타임은 일이 먼저인 것 같아 좀 씁쓸하긴 하나 그게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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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