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언어(言語)는 글과 말을 일컫는다.
영어로는 랭귀지(language), 워드(words), 스피치(speech)다.
언어 겸비로 잘 하면 문무겸비처럼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다 잘하지도 다 잘못하지도 않는다.
글을 잘 쓰면 말을 잘 못 하고, 말을 잘하면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쪽이 부실해도 다른 쪽에서 보충해줘 빛과 그림자처럼 찰떡궁합이다.
참으로 기묘하다.
창조주께서 하나만 갖거나 잘해야지 다 갖거나 잘하면 불공평하다고 하시며 일부러 그리 만드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글날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라고 하는 글이 한글이다.
영어나 중국어가 어렵지 우리가 잘 쓰고 있는 한글이 어렵다면 무식한 것이자 자학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외국인이 볼 때는 엄청 어려운 언어가 한글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글이 우수하다거나 열등하다는 것이 아니라 한글만의 특색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우리의 한글이니 한글 말귀를 잘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에 대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에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같은 말을 쓰는 한국인인데 왜 우리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속 터질 때가 종종 있다.
무슨 말인지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알면서도 어깃장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거나 태연자약하다.
그런 상황에 직면하면 화가 민다.
지난주에는 업무조정 회의에서 언성을 높였다.
각 분야 책임자들이 모여서 간섭되고 충돌하는 부분을 사전 토의하고 해소하여 원만한 공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협의체 회의다.
그런데 한 회사 현장 소장님께서 엉뚱한 요청을 하시었다.
전에 결정한 안건과 다른 것을 제안하며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남의 다리 긁는 소리에 다혈질로 폭발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원래대로 하라고 조치하였다.
그러면 작업이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 모습을 보고 그 소리를 들으니 더욱더 화가 났다.
지난 공정회의에서 표준 공정을 준수하라고 한 것은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여 준공 목표를 달성하는 조치이자 합의된 사항이다.
또 업무 조정 회의에서 복합공정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원활한 공정 유지를 위하여 분야별로 시차를 두고 가능한 부분 불가능한 부분을 가려 하모니를 이루자고 다들 합의한 사항이다.
그런데 그를 번복하며 아닌 밤에 홍두깨처럼 우리는 우리대로 공사를 해야겠다고 하는 것이다.
불가하다며 지난 회의에서 결정된 대로 하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 자재 운반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막무가내식에 O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그러자면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재논의하자는 것인데 이미 그러기에는 늦었으니 원안대로 하라고 재차 못을 박았다.
강경 모드에 회의장이 조용했다.
감리단장의 말이 맞기도 하고 무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책대로 하는 것은 당연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소 일하는 것이 맘에 안 들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회의에서 성질대로 얼굴을 붉히며 내질러 미안하기도 했다.
평소 일이 되는 방향으로 하자고 말을 하는데 그를 곡해하고 무사안일한 것 같아 한 번 짚고 넘어갈 사안이기도 했다.
직접 관리하는 분야를 두고 그런 것은 읍참마속 하는 맘으로 내지른 호통은 아니고 상황이 그래서 큰소리를 낸 것인데 어렵게 일하시는 분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회의가 끝날 무렵에는 이미 결정된 사항을 두고 내 입장에서먄 생각하여 번복하지 말고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그런 거라며 다른 소장님들과 협의하여 시행하되 감리단의 승인을 받아 진행토록 하라고 사족을 다는 것으로 매듭을 풀었다.
엊그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오늘(10.9) 휴무일이지만 주요 자재가 대거 반입되는 공정이 있어 귀향하지 않고 남원 위수지역에서 머물기로 했다.
휴가를 하루도 못 했는데 3일 연휴까지 그래야 한다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조직에 매인 몸이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다.
하지만 3일 내내 작은 투룸 사택에 머무는 것은 답답하여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언뜻 생각해낸 것이 지난번에 가려다가 가지 못한 추자도나 보길도를 다녀오자 결정하고는 며칠간 두 곳 중에 어디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 좀 했다.
결론은 보길도였다.
원래는 1박 2일 여정이었으니 여러 가지가 안 맞아 새벽같이 출발하여 저녁 늦게 돌아오는 당일치기로 강행군했다.
바닷길은 빼고 육지와 섬 길 거리만 해도 왕복 500km 길이었다.
무리하지 말자고 하였으나 결국은 무리를 한 셈인데 다도해 풍경을 즐기며 중간중간 쉬어서 그런지 그리 피곤한 줄은 몰랐다.
피곤한 것은 남원 집에 도착하여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자려 하는데 올라온 카톡 대화방이었다.
카톡이든 전화든 오면 언제 어디서든 받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라면을 먹기 전에 열어봤더냐 국민하고 동기동창 방의 박(朴) 친구였다.
전에도 친구들 카톡방에서 조심하자며 이상한 것을 정 하고 싶으면 통하는 사람들끼리나 개별적으로 하라고 몇 번 부탁하였는데 이번에도 남을 비방하고 선동하는 것을 퍼온 것을 게재하였다.
라면의 열기가 아니라 헤드 스팀이 팍 올랐다.
네가 매OO 후손이냐, 빨XX이 추종자나 하면서 전화하든지 당장 쫓아 올라가 따지고도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도대체 왜 그러느냐며 자중자애하자고 하였더니 알았다며 카톡에서 나가버렸다.
누가 잘한다고 인정하거나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 편향된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된 것도 아니고, 나서서 친구들을 갈라치고 계몽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왜 그런 OOO같은 짓을 하여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들고 카톡방을 오염시키는 것인지 옆에 있으며 머리를 디밀어 들이받고도 싶은 심정이었다.
권력의 입맛에 따라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은 아니 될 일이나 언론의 자유에 따른 책무를 다하는 것은 필수라는 생각처럼 sns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친구한테 너무했나 싶은 후회도 됐지만 그 정도는 감내하고 싶다.
그래.
너 잘 나고, 많이 배우고, 많이 갖고, 많이 똑똑하다고......, 하는 차원이 아니다.
초등학교 졸업한 지 환갑이 다 돼 가는 나이로 어디론가 가고 있는 지금 그런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인륜에 반하거나, 사회 규범에 어긋나거나, 세상 이치에 거역하여 동행을 피곤하게 만들고 폐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 될 것이다.
우리 말이다.
말귀를 좀 알아들었으면 한다.
함부로 말하는 것도 문제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것도 문제다.
친구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이니 친구, 고향, 집안,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오순도순 지내면 좋을 텐데 왜 O도 모르면서 OO보고 탱자탱자하는 식으로 그러는 것인지......, 어디를 가더라도 문제아나 고문관같은 사람이 꼭 한둘 있는 것을 보면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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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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