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증명사진

Aphraates 2023. 11. 13. 19:50

그제는 향촌 아파트 앞 N 스튜디오에서 증명사진을 한 장 찍었다.

데보라 여권 사진이다.

2014년에 발급받은 여권이다.

그동안 출입국 스탬프 한 번 못 찍고 깨끗한 것을 갱신 기간이 도래하여 재발급 신청을 한 것이다.

새 노트를 한 장도 못 쓰고 찢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왕성하게 다닐 해외여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념으로 가끔 가줘야 하는데 무심한 세월 10년이 지나갔다는 것이 서운하기도 했다.

포토테라피스트(Phototherapist, 전문사진사)가 최근에 여권 사진 형식이 바뀌었다며 전에는 귀가 나오도록 하였으니 지금은 이마가 나와야 한다며 설명을 해줬다.

포토샵을 할 거냐고 물어서 이 나이에 그런 것까지 할 거 뭐 있느냐며 그대로 뽑아달라고 하였더니 며칠 전에는 칠십이 넘은 딸이 구십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여권 사진을 찍었다며 대단하시다고 했다.

 

오늘 드라이브에서는 증명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는 서둘러 남원을 향해 나섰다.

전과는 좀 다른 코스였다.

단풍철로서는 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내장산에 들러보자는 거였다.

전주-정읍-내장산-강천산-순창 길로 해서 남원 집에 오는 노선을 택한 것이다.

 

기대는 안 했지만 너무 쓸쓸했다.

울긋불긋한 단풍의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내장산은 붉게 물든 색은 안 보이고 누렇게 뜨거나 말라비틀어진 낙엽투성이였다.

사람도 차도 얼마 없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나 단감, 대봉감, 곶감 등 감이 진열된 상점과 노점상 상인들만 보일 정도였다.

차에서 내릴 것도 없었다.

담양으로 가는 꼬불꼬불한 길은 정차할만한 장소가 없는 데다가 순광이든 역광이든 증명사진 한 장 찍을 사정이 못 됐다.

어둠이 밀리기 시작 전인 한적한 길을 천천히 달리면서 김밥, 거봉 포도, 오이, , 밀크 사탕, 음료수를 조금씩 먹는 것으로 위안으로 삼았다.

드라이브하면서 증명사진 한 장 못 찍은 것은 내장산이 처음인 것 같은데 남원살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들려 단풍이 아닌 설경이라도 흔적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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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