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애정이 식었구나

Aphraates 2023. 12. 4. 01:51

애정이 식었구나.

울림과 끌림이 가물가물하다.

꺼져 가는 촛불과 같기도 하고 의미 없이 울리는 징과 같기도 하다.

숙연해지면서 잔잔한 분노가 인다.

그는 어떤 상대가 있어 그런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불만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도 복이라 했다.

개인, 가정, 직장, 사회, 국가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뒷방으로 가면 새로운 모임을 하기는 힘들더라도 기존에 하던 모임이라도 잘하라는 권고를 앞선 쉬운 것 같지만 잘 안되는 게 그것들이니 명심하라는 경험담이었다.

 

미당 선생은 모임이 많은 편이다.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데 몇몇 모임은 상관없이 갈수록 시들해져 가슴이 아프다.

몸과 맘이 쇠잔해져 가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안 그럴 수도 있는데 그리 돼 가는 것을 바라보며 그러면 안 된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자신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칠갑산 아그들 발가둥이 전체 모임이 삐끄덕거리는 가운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나가던 한밭 모임마저 작정한 송년회에서 갈비탕이나 한 그릇 하자고 할 정도로 골골하고 있다.

다 그만두더라도 누구와 둘이서라도 할 테니 그런 줄 알라고 큰소리치던 객기가 부끄럽게 됐다.

2012년 퇴직 동기 모임은 일 년이 넘도록 소식이 가물치 콧구멍이고, 잘 나가던 고등학교-대학-대학원 모임도 흐지부지돼 가고 있다.

대전 문화동 공장 간부 부부 모임도 처음에 비하면 팍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나름대로 활력이 있는 것은 회칙도 회비도 없는 신계룡 공장 동지 모임이다.

또 친지, 성당, 동네 향촌, 청양과 청수리, 문단, 재취업한 현직에서의 모임이 있어 소원해진 다른 모임을 커버해주는데 보조를 맞춰 함께 나가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다행이다.

 

, 왜 이럴까.

그런 것은 이름값과 나잇값을 더 해가야 하는데 거꾸로다.

시대 역행이 아니라 인정 반항이다.

연만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풀 죽을 나이가 아니다.

활력이 없다.

숨만 깔딱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나이는 생각하고 행동하기 나름이다.

나이를 많게 또는 적게 여길 것은 아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기고만장하며 되바라진다거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의기소침하여 쪼그라들면 곤란하다.

 

주말의 M-Meeting은 유감이었다.

정도 흥도 느끼기 힘들었다.

특히 밤길 운전 이야기에서 그랬다.

모임 날짜를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바꿨는데 밤보다는 낮에 만나자는 의견이었다.

의외였다.

당황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으나 선뜻 동의하고 싶지도 않았다.

모임이 퇴색돼가는 것 같아서였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저녁에 만나 느긋하고 오붓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낮에 짧은 시간 동안 만나는 것으로 끝내고, 모임을 했다는 이름만 짓는 것은 너무 삭막하다.

왜 그렇게 만남의 시간을 바꾸자는 것일까.

이유를 들어보니 밤 운전이 어려워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여섯 집 중에 세 집이 그랬다.

 

웃고 말았다.

하지만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갈수록 메말라가는 것 같기도 했다.

 

방법을 달리할 수는 없을까.

연식이 무르익어가는 사람이 연식이 시작되는 새 차를 운전한다고 해서 쌩쌩 달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설설 기어 다닐 것도 아니다.

하던 대로 하면서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 텐데 그마저도 내려놔야 한다면 앞으로 뭘 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맘이 무겁다.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경제적인 혜택을 준다지만 호응도 효과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란다.

나이 들어도 일정 운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개문발차나 중도하차라기보다는 종점에 다다른 서행운전이다.

운전할 수 있으면 하고, 불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어떨까.

이동과 차량 문제 때문에 모임의 근본 취지가 흔들리면 섭섭하다.

과정이 목표를 이기는 것은 안 맞는 거 같다.

다 사람을 위하여 하는 것인데 그 모임이 뭐 그리 대단하고 중요하다고 야단이냐며 무시 내지는 등한시 당한다면 서글프다.

 

백세 시대라고 하듯이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다.

나는 안 되겠다며 자신을 옥죄고 약하게 나오는 것은 싫으니 생각 좀 달리 해보자고 언성을 높이고도 싶었다.

하지만 주류(酒流)는 운전할 수 있고 비주류(非酒流)는 운전을 못 하는 식으로  갈린다며 웃고 말았다.

 

미당 선생은 운전을 혀, 안 혀.

당연히 하지.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안 하면 맡은 일을 할 수가 없거든.

일을 안 해도 운전면허 반납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자신의 건강과 고령자 운전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야겠지만 그에 눌리지 않는 한 언제까지라도 할 거야.

상황이 이런데 뭐 할 얘기라든가 떫은 거 있으면 얘기하라고.

듣고 나서 그게 타당하다고 판단이 되면 운전을 안 할 테니까 말이야.

 

뭐 실수한 게 있나.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남들이 볼 때는 어떤지 모르지만 본인으로서는 그게 아닌데 그리 흘러가니 답답한 것이다.

대학 유급의 시들시들(C,D)도 아니고 왜 이렇게 곳곳에서 시들시들하면서 흐지부지돼 가는 것인지 서글프다.

 

https://youtu.be/KaFKUFADgkk?si=ax0sxtAAtfn0nmw_

장선희색소폰~애정이꽃피던시절 테너,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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