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유가 있었구나
말도 안 된다.
궤변이고 억지 논리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쪽으로 기울어가는 것을 보면 얼토당토않은 완전 제로 빵으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향촌 소맥폭탄 부대 존립이 위기에 처할지 모르겠다.
눈깔만 한 잔으로 한 잔에 기십만 원 하는 백 년 전에 만든 고급 양주, 기백만 원 가는 백 년 묵은 산삼주, 마구잡이로 그러나 정확한 양으로 제조한 소맥 폭탄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소맥폭탄을 잡는 부대원들이다.
말 술을 한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술을 찾는 주태백이라던가 하는 차원은 아니라 어울리는 재미로 자리를 만들고,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관례로 누리는 소맥 폭탄이다.
무탈하던 소맥폭탄이 아프다.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막걸리가 입에 맞아 가고 있다.
김치 쪼가리, 멸치 꼬리, 부침개 부스러기 정도를 안주로 하여 몇 잔 들이켜면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얼마 전에는 지리산 자락 밥집 아주머니한테 근방 양조장 중 어느 막걸리가 많이 팔리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우리 현장 앞 동네 양조장이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막걸리가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갑자기 주당이기를 포기하는 수순으로 들어선 것은 아니다.
연모하는 사람이 막걸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따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렸을 적 술 심부름하던 추억이 떠오른 것도 아니다.
한데 막걸리도 먹을 만하구나 하고 가끔 찾는 것이다.
묘하다.
왜 그럴까.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공들여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니다.
다만 변하는 대로 쫓아가면 되는 것이니 어디에서도 하등의 문제가 없는데 예상치 않은 변화가 신기한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아도 되게 갖다 붙인 구실이 하나 생긴 듯하다.
소맥에서 막걸리를 넘보는 전주(轉酒)가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측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선지자의 현명한 선택과 변화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겠으나 서서히 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도 실수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입맛이 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걸리 빼고 소주, 맥주, 양주 다 대폭 올랐단다.
누구 호주머니는 더 가벼워져 무엇으로 갈아타야 할지 걱정거리이고, 누구 호주머니는 두둑해져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거리일 것 같다.
누군가 나서서 협상가(Negotiator/니고네이터)내지는 조정자(Coordinator,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다들 맘이 콩밭에 가 있는 형국이니 걱정이다.
안 마시면 되니 한 잔에 십만 원을 하든 백만 원을 하든 나와는 상관없다 외치자니 또라이라고 흉볼 테니 그럴 수도 없고 거참 거시기하다.
그나저나 찾는 이가 팍 줄어들어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는 온고을 전주 막걸리 골목에 작별 인사가 아니라 다른 것이 오르는 이참에 재등극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응원을 하기 위하여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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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