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상모 돌리기

Aphraates 2023. 12. 19. 06:15

건장한 모습으로 씩씩하게 움직이기다가 갑자기 비실거린다.

쓰러지는가 싶더니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물구나무도 서고 몸을 날려 허공 돌리기도 한다.

지쳐서 씩씩거리는가 하면 힘이 빠져 땀을 흠뻑 흘리기도 한다.

민속놀이의 하나인 상모돌리기는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그중에서 압권은 역시 긴 끈을 펄럭이며 머리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이다.

나머지 연출들은 머리 돌리기 장면을 더 빛내기 위한 보조 수단들이다.

연출도 상모 돌이 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호흡을 맞춰가며 무대를 구성하는 사물놀이와 그를 봐주는 관중들이 있어야 한다.

사당 놀이패를 불러 놀이마당을 만들어주는 대감마님도 있어야 하고, 잘한다고 막걸리를 사주는 후원자도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관계자와 후원자들이 함께 하므로 만들어질 수 있는 종합 예술작품 공연이라 하겠다.

 

모종의 건이 터졌다.

머리는 팽팽 돌아가고 몸은 빠르게 돌아간다.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옛날 가락이 나오고 그에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돼야 할 당위성이 있고, 그에 당당하게 임할 책무가 있고, 그에 호흡을 맞춰주는 사람과 여건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다거나 무사안일하거나 능력이 달리거나 하는 속 터지는 모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마저도 인정하고 웅그려 나가야 하는 처지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안 된다.

 

세상없는 사람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상모돌리기는 불가능하다.

불후의 명작이 만들어지거나 현상 유지를 한다거나 할지라도 관현악단처럼 조화를 이루는 화음이 필요하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 그 급박한 일들을 어떻게 다 처리했는지 자신이 놀랍다,

치과 진료 때문에 한 십여 일간 노땡큐였던 소맥폭탄도 아침 점심을 거른 빈속에 어찌나 시원한지 이 좋은 것을 못 한다는 것은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어떤 일들이 전개되고 결말지어질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풀어내 쌓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자신감이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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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