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 兩博
지난주에는 K 본의 양박(兩朴)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비정상의 정상화로 안정인지, 정상의 비정상화로 혼돈인지 그 양상을 뭐라 규정하기 어렵다.
그 동네도 태평성대나 격동 시대나 바람 잘 날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미풍으로 불어대다가 때만 되면 폭풍처럼 불어댄다.
언론 자유인지 언론장악인지 언제나 판가름 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도 양박 이야기다.
여의도 K의 양박이 아니라 결이 다른 생면부지로 받아들일 남원의 OB가 양박(兩博)이다.
세종시의 송박(宋博 ) 아우님이 거동하셨다.
청남대의 윤박(尹博 ) 아우님이 픽업하셨다.
대전의 김석(金碩) 형님이 안내했다.
기왕이면 김석도 박이 되어 양박이 아니라 삼박(三博)이었으면 멋들어졌을 텐데 지금은 다 지난 이야기이고 특별한 의미를 안 둬도 좋은 삼석박(三碩博)이 아닌가 한다.
모자란 한 끝내지 여러 끝의 차이는 나이와 경험의 쌍두마차로 커버하면서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온 터이니 굳이 끝발 차이를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온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실내 작업은 가능해도 실외 작업은 불가능했다.
지리산 자락의 일기 불량을 느낄 새도 없이 일해야 하는 파트에서는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가 고역스럽지만 일을 할 수 없는 파트에서는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 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삼석박은 그 중간 지대에 서 있다.
양다리는 아니다.
비가 와도 좋아 눈이 와도 좋아를 노래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약속 장소인 남원 집 앞 J 곱창에 갔더니 만원사례였다.
어디서 왔는지 넓은 식당 전체를 점령했다.
남녀가 각 테이블과 방에 어울려 굽고 끓이고 야단이었는데 동안의 청춘들과 노안의 노년들도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다.
무슨 회사나 단체에서 회식하는 것 같았다.
바빠도 우리는 단골이니 방 하나는 내주겠지 하고 무작정 들어갔더니 생글생글 웃는 어린 알바생이 자리가 없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알바생이 미안할 것은 아니다.
예약을 안 하고 자리를 찾아 부진부진 들어간 우리의 잘못이자 다들 어렵다는데 이렇게 문전성시인 집도 있다는 차이가 문제였다.
하는 수 없었다.
비 내리는 남원의 먹자골목 도통동 거리를 걸으면서 식당을 찾았다.
비가 오는 날, 생선회는 아니다.
어제 나뉘어서 먹은 삼겹살과 낙지볶음이니, 비슷한 것도 아니다.
느끼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중국집과 오릿집, 맘에 안 내킨다.
호프나 떡볶이집, 저녁을 겸해야 하니 안 된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얻어먹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잠자리처럼 맴돌다가 결국은 가끔 가는 점심 밥집 생태탕집에 갔다.
재치 있고, 민첩하고, 친절한 사장 내외인지 종업원인지 하는 중년의 여자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점심이 아니라 저녁 겸 술을 마시러 온 것이 겸연쩍어서 “점심이 아니라 저녁을 먹으러 왔네요” 하고 인사하면서 함께 웃었다.
그 집은 술집 스타일이 아니라 밥집 스타일이다.
소주와 맥주 몇 병 놓고 한 소리 또 하고 하면서 목소리가 커질 그런 집이 아니라 반주를 겸해서 식사하고 얼른 나와야 하는 집이었다.
모처럼 만의 회동인데 미안했다.
남원살이 1년이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먹을 것이......,” 하면서 말끝을 흐려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점심 찾아 삼만리 행군하는 실정이니 이해해달라고 하였더니 이렇게 하면 됐지 얼마나 더 하느냐는 표정으로 이해들 해주시어 다행이었다.
좀 더 늦게까지 찐하게 회포를 풀어야 했는데 아쉽게 작별했다.
어제의 다른 만남 후유증도 남아있고, 비바람도 거세 그럴 수가 없었다.
전 같으면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라면서 전천후 선수임을 표방하겠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쌍코피 흘리며 고생할 것이 뻔하니 조금 모자란 상태에서 마무리하는 게 잘하는 것이라고 위안 삼았다.
집으로 혼자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기분이 괜찮았다.
어긋난 삼박이지만 이렇게라도 만나서 정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쉽지 않다.
몸이 아파서,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서, 여건이 안 돼서, 형편이 안 좋아서......, 이런저런 걸리는 것들이 많아 쓴 커피 한 잔에 텁텁한 막걸리 한잔하는 것도 여의찮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복 받은 사람들이니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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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