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그런 집만 가봐서 그런가

Aphraates 2024. 2. 23. 04:00

독자생존/공생공존

 

어제도 밥 찾아 삼만 리는 계속됐다.

점심은 도통동 후미진 곳에 자리한 짬뽕집으로, 저녁은 요천 대로변에 있는 돼지갈빗집으로 행차했다.

얼핏 들으면 배부른 투정이라 할지 모르지만 나 홀로 객지 생활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이구동성으로 불평불만 하는 것이지만 좀 어렵더라도 함바를 운영했으면 그었다.

많을 때는 수백 명이, 적을 때는 수십 명이 점심을 먹기 위하여 차를 타고 나가서 남원 시내와 인근을 여기저기를 끼웃거리는 것은 시간상으로나 경 비상으로나 엄청난 손실이다.

 

하여튼 노땅들이 물어물어 찾아간 오늘 두 집은 가성비가 괜찮았다.

손님도 많고, 음식이 정결하고, 분위기도 수더분하고, 서빙도 수수했다.

이런 집도 있었는데 1년 넘게 모르고 있었나 하는 후회가 됐다.

먹을 게 없다고 말만 하지 실질적으로 맛집을 찾아본 적이 없었던 불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찾아보면 아직도 숨어있는 곳이 많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 식당 정도는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결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사소한 것도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는 현실이 못마땅한데 추세가 그런 걸 탓만 할 순 없다.

 

공생공존이 꼭 필요하지만 때로는 독자생존도 필요하다.

또 필요한 게 있다.

어떤 경우든 공히 갖춰야 하는 경쟁력이다.

격동의 시기에 갈수록 심해지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요즈음 안 어려운 사람이 별로 없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이 어려운 형편이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심각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많이 올랐는데 손님은 줄고 수익도 줄어든단다.

생각 같아서는 오랫동안 하던 것을 때려치우고 싶지만 배운 게 OOO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럴 수도 없어 언제나 좋아지려나 하고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단다.

함께 살자면서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응원하고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강에 돌 던지기식으로 해봐야 표도 안 나고 감질만 난다.

좀 야박스럽지만 아생연후살타 병법이 연상되기도 하는 시점이다.

 

짬뽕집과 갈빗집처럼 어려워도 되는 집은 된다.

슬기와 지혜, 신뢰와 성실로 난국을 극복해내야 내일이 있다.

전화위복이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 많다.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안 좋은 때도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너그러운 여유를 부릴 때도 있어야 한다.

어제도 그렇지만도 오늘은 왜 이렇게 더 손님이 없느냐며 파리채 흔들며 파리만 잡을 것이 아니다.

언제가 들이닥쳐 문전성시를 이룰지도 모르는 일이니 갸륵한 맘으로 부지런히 몸을 놀려 정성을 다해야 한다.

식당 바닥이라도 반들반들하게 한 번 더 밀고, 유리창이라도 번쩍번쩍 빛나게 한 번 문지르고, 음식과 복장이 흐트러지지나 않았는지 재차 살펴보고, 화난다면서 비싼 재료 물 쓰듯이 팍팍 쓰고, 오늘 매상 못 올린 거 저 사람한테 바가지를 씌워야겠다는 악마가 되는 게 아니라 손님 하나라도 들어오면 편안하게 모시고......, 그런 식이면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안 이루어질 수가 없다.

 

대구 어느 집이라는 데......,

 

잘 되는 그런 집만 가봐서 그런 게 아니다.

잘 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안 보이는 피와 땀이 어려 있다.

먹을 것이 없다고 투정한다고 해서 먹을만한 집이 나타나는 게 아니다.

스마트 폰을 팔고, 발품을 팔고, 머리를 팔면 어디엔가 숨어있는 진주를 찾아내듯이 맛집을 찾아낼 수가 있다.

 

경쟁률이 수백도 일로 전국에서 다섯 명을 뽑는데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돼서 나가는데 눈 돌아가더라고 하시던 옛 상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 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느냐고 웃을지 모르나 그런 고난의 길을 걸어가야만 신기루가 아닌 대명천지가 나타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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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