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답답하다

Aphraates 2024. 2. 27. 07:20

새벽 마당부터 바람이 세다.

목도리 없는 목이 서늘하고, 바짓가랑이가 차갑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몰라도 여기 지리산 자락은 전형적인 일기 불순 지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날씨가 그럴지라도 전천후 선수임을 자랑하는 처지에서 뻥 뚫려야 한다.

머리가 맑고 몸이 가벼워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간이 자연을 넘을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자연 극복의 인간 의지가 약해진 것인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상큼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분명 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뭔가 있다.

목에 걸려 신경 쓰이는 가시일 수도 있고, 아닌 밤에 홍두깨처럼 청천벽력일 수도 있다.

 

몰라서 답답하다.

할 줄 몰라서 답답하다.

 

알아도 답답하다.

속 시원하게 말할 수가 없다.

 

할 줄 알아도 답답하다.

얽히고설켜 걸리는 것이 많아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에이, 미당 선생하군.

선생답지 않게 왜 그래요.

혼자 머리털 쥐어뜯으며 그런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잖아요.

마음먹기에 따라 식은 죽 먹기일 수도 있는데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요.

주제 파악 못 하고 세상 근심·걱정 다 짊어진 듯이 끙끙 앓을 게 아니지요.

현실을 직시하고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가야겠지요.

흐느적거려 꼴사나운 것도 아니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오나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죽어도의 시조도 아니니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염두에 두고 평온하게 살아야겠지요.

 

오케이(O.K.), 오브코스(Of Course 물론)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는 그리스 신화이자 지금의 이야기이기도 하니 아무도 없는 산속에 들어가 맘껏 소리를 지르든가 화장실에 들어가 표정관리를 하든가 하는 방법으로 출구전략을 짜서 밀고 나갑시다.

언더스탠에 옛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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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