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산정무한

Aphraates 2024. 3. 8. 05:24

인연(因緣)”은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의 수필이다.

역대 수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학창 시절에는 그런 유명한 수필이 있는가 보다 하는 정도로 넘어갔다.

나이가 들고 세상과 인생이 뭔지 조금씩 눈을 뜨고서부터는 그를 통하여 수필의 백미를 맛보는 것 같다.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 수필과 함께 감명 깊었던 그리고, 여전히 감정 이입이 되는 수필이 정비석 선생의 금강산 여행기인 산정무한(山情無限)”이다.

역시 인연과 함께 일제 강점기 사대의 작품이라 논란이 좀 있긴 하나 수필 문단에서는 최고의 작품으로 통하고 있다.

두 작품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수필집으로는 무애 양주동 박사의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와 수주 변영로 선생의 명정사십년(酩酊四十年)”을 꼽는다는데 수필과 수필집의 상관관계는 잘 모르겠다.

수필은 막 쓰는 글로서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가 느껴져야 한다고 하던데 그도 마찬가지로 잘 모르겠다.

 

정 선생은 소설 자유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암울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 작품은 별로 와 닿는 게 없다.

관심도 적다.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 들은 것 이외는 전체를 읽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정 선생이......,

전형적인 친일파였다는 기사다.

뭔가 곡해하고 비방하는 게 아닌지 유심히 살펴봤다.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서글프다.

식민지로 지배받던 그때 그 시절에 친일파 아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만은 세계적인 문명과 사조 때문에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정신마저 망가지고 혼미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충격이다.

한솥밥을 먹으면서 동고동락하던 조상님들과 후손들은 뭐가 된다는 것인지 한민족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다.

침략자의 총칼 아래서 살아남기 위하여 그랬다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으나 자기의 영달과 신념에 따라 그랬다면 다시는 거론할 가치조차도 없을 텐데 그거 참 거시기 하다.

 

둘 다 싫다.

드라마에서처럼 이러면 곤란하다.

 

북군)남쪽이냐 북쪽이냐 선택해라.

남인)북쪽입니다. 인민군 만세.

따발총을 가슴에 겨누고 이거냐 저거냐를 고르라고 하니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하여 총구멍이 술술 날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한다면 한 마디로 O죽음에 불과할 것이다.

 

일헌병)황국신민이냐 독립투사냐 선택해라.

한백성)황국신민입니다. 천황폐하 만세.

땅에 질질 끌리는 긴 칼을 허리에 차고 이 쪽이냐 저 쪽이냐를 말하라고 하니 왜구는 눌러가라, 대한민국 만세라고 반항하여 단칼에 목이 날아가기를 원한다면 한 마디로 OO 목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국방군)아랫쪽입니까 위쪽입니까. 말씀해보세요.

북인민)태어난 것은 북쪽이나 사는 것은 남쪽입니다. 백의의민족, 배달의 민족 만세.

육중한 철모에 M1 소통을 등에 메고 눈을 부라려가며 어느 편이냐고 물으니 낮에는 국방군 밤에는 인민군 역할 연기를 해야 하는 구차한 입장에서 나는 영세중립국입니다. 같은 민족끼리 척져 싸우지 말고 함께 갔으면 합니다. 단군조선 할아버지 만세라고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토로하면 둘만이 아니라 함께 있던 모두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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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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