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황사 엔딩

Aphraates 2024. 3. 30. 03:44

숨어 우는 바람소리 역할을 해야 하는 오늘이다.

가양동 학교에 간다.

거기에서 도저히 안 어울리는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1세대인 미당 선생이 2세대를 넘어 3세대 아이들과 한 판 겨룬다.

절대 평가이지만 상대 평가와도 같은 자격증시험이다.

좀 거시기하다.

자랑스러워 할 것도, 부끄러워 할 것도 없지만 아픈 대목은 맞다.

제 때 공부하지 못한 치부가 드러내게 된 것이다.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러니 전후좌우가 안 맞는다.

엇박자의 오케스트라가 화음이 잘 맞을 수가 없다.

그나마 간신히 일지라도 합격을 하다면 노익장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불합격하면 그러게 그 나이에 무슨 짓이냐며 주책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안에서 귀염 받는 강아지가 밖에서도 귀염 받는다고 했다.

자학하지 말고 자위를 하자.

이런저런 장애물 때문에 순순히 물러날 거 같으면 아예 시작도 안 했다.

어떤 상황일지라도 달갑게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

그게 바로 버려야 할 객기이자 오기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쬐끔 미안한 것은 있다.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

면제받는 과목들이 있어 조금 유리하다고 자만한 측면도 있다.

약간의 행운을 바라는 것은 시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미안하다.

미안함은 핑계로 대신한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았다.

여유를 가져야겠다.

시험 준비를 통해 하나라도 더 알게 됐다는 데 어느 정도 만족하고 싶다.

 

치부를 이야기하다보니 묘하게 돌아가는 시국이 소환된다.

막 긁어댄다.

지역 선거관리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챙겨 우리에게 알맞은 일꾼을 뽑으라고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던데 때만 듣던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씀인지라 감이 무디어져 그 이면을 생각하게 된다.

 

서로 심판한단다.

윤한OO을 심판한다.

이조XX를 심판한다.

너는 강남좌파다, 너는 강북우파다 라며 용호상박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OOXX이 바뀐 듯하다.

영불독어를 뒤집어 놓은 듯한 러시아처럼 거꾸로 된 모습이다.

 

마냥이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공통점도 있다.

서로 상대의 치부를 건드린다.

너무 열정적이다 보니 이단공단이 돼 간다.

누구는 부패로 망하고, 누구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그 계산식이 틀리게 적용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치부다.

서로 못할 일이다.

아픈 데를 누르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구린 데를 찌르면 강렬하게 반발한다.

 

여소야대가 격에 안 맞게 정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다.

여권은 우리가 잘못했고 그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으니 제발 한 번 만 더 믿고 기회를 달라고 읍소한다.

야권은 하던 대로 죽 하고 있다고 겸손 모드로 나오며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절단난다며 우리를 밀어달라는 말을 내던지고는 잠수한다.

 

그런데 읍소도 잠수도 덜 멋지다.

진정성이 결여돼 보인다.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물귀신 작전으로 은근히 상대방을 끌고 들어가면서 우리는 다르니 예쁘게 봐달라고 러브콜을 보낸다면 읍소가 냉소가 될 수도 있다.

밖에서는 올바르고 착한 척 다 하면서 화장실에 들어가면 비실거리는 상대를 보고 웃는다면 잠수가 그대로 꼬르락하고 가라앉을 수도 있다.

 

살다 살다 이런 것은 처음 본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도 그렇다.

머리띠를 두르고 물러가라고 고성방가 해야 어울리는 사람들은 상대방한테 채신머리없이 그러지 말고 체통을 지키라고 점잖게 훈계 아닌 훈계를 한다.

기차가 지나가도 개는 짖는다며 네들이 아무리 소리쳐봐야 소용없다고 무게 잡는 것이 본모습인 사람들은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면 고발 아닌 고발을 한다.

화를 내거나 큰소리치면 지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편이 인상을 쓰고, 어느 편의 인상이 펴질지 판가름 날 날이 며칠 안 남았다.

 

열심히들 하셔야겠다.

승패 병가상사(勝敗兵家常事)라고 했다.

이기는 편이 꼭 우리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이 우리 편이 될 수도 잇다.

품격이 있고 품위를 지키는 승자와 패자가 되었으면 한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남들은 속터지고 피가 마른는데 한가하게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으로 임해봤는데 아무리 멍청하고 무관심한 것 같아도 볼 것은 다 보고, 들을 것은 다 듣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남원에서 대전 올라오는 길 내내 부연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것 같이 황사가 몰려온 것이다.

차문을 꼭 닫았는데도 고풀들린 것처럼 연시 재치기가 나온다.

보다보다 이렇게 독한 황사 현상은 처음이다.

잔뜩 기대했던 벚꽃엔딩이 괴로운 황사엔딩으로 됐다고 걱정들이다.

세상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다분함을 알아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꽃철이 지나갈지라도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엠마오 소풍으로 여수 밤바다를 걸어봐야겠다.

 

https://youtu.be/qcijCmUkqrc?si=NIbkGQqXslDV6L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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