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려선 안 된다
옛날 얘기다.
시대가 바뀐 지금 옛날로 돌아가 하던 그대로 했다가는 큰일 난다.
시키는 측이나 하는 측이나 온전할 수가 없다.
군에 가면 잠시도 생각할 겨를과 편안히 쉴 시간이 없었다.
집 생각이나 배고픈 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뺑뺑이를 돌렸다.
대 놓고 기합이라고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므로 그 것도 하나의 훈련이자 작전이라고 하며 시키고 또 시켰다.
그러면 별 탈 없이 잘 돌아갔고, 느슨해지려고 폼 잡던 군기도 확립되었다.
땅을 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농부의 마음이다.
집은 비워둬서는 안 된다는 집주인의 손해나지 않는 생각이다.
화이트칼라가 머리를, 블루칼라가 손발을 쓰는 것은 근로자의 자세다.
남보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면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얼리버드(Early Bird)의 원칙이다.
자기 포스트에 서서 기다리기보다는 득점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운동선수의 필수 항목이다.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몸단장을 하는 것은 절세미인의 미모를 능가하는 평범한 여자가 발휘하는 실력이다.
해보지도 않고 주저앉는 것을 경시하며 불가능할지라도 “이봐, 해봤어”라는 지적으로 시작하여 도전해보고 성공으로 가기 위한 행보를 하는 것은 현대(現代) 왕(王) 회장님의 지론이자 슬하의 가족이나 관계인들이나 모든 이들이 본받아야 할 의지이다.
여름 내내 노래만 하다가 겨울에는 개미한테 빌붙어 구차하게 연명하는 배짱이의 한 삶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를 따르지 않는 것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 말씀에 충실한 신앙인이 되는 길의 하나다.
그런 맘과 몸을 견지하고 실천해야 본래의 모습에 합당한 것처럼 군인도 자연스럽게 군인의 길을 가는 것이 지덕체를 겸비한 참 군인의 첫걸음이다.
미당 선생도 어제와 오늘은 전같지 않다.
자화자찬인지, 망중한인지, 떠밀린 것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됐다.
도 자연스럽게 그런 식으로 자리잡아갔다.
어제는.
아침나절을 제외하고는 두문불출이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개갈 안 나는 장마의 영향 때문이 아니다.
치과에서 한 바탕 소란을 피우고 왔기 때문이었다.
밖으로 나돌아서는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봉합한 부분이 계속 아픈 것도 아니고, 먹는 것도 우물거리며 웬만큼 먹기 때문에 바운다리가 제한적이지만 광폭 행보는 어려웠다.
이럴 때 머리와 손발을 놀리면 손해다.
뭐라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잔뜩 찌푸린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를 하기는 싫었다.
무슨 연락이 있는지 인터넷과 휴대폰도 검색해보고, 유튜브를 통해 흘러간 음악도 들어보고, 산업안전지도사 면접시험을 대비하여 책도 보고, 하나 둘씩 갖고 올라온 남원에서의 살림살이 정리도 해보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만들어주는 잡탕 부침개도 우물거리며 먹기도 하고, 체력인증에 대비하여 악력과 허리굽혀펴보기도 해보고......, 하 것은 다 해본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이 안 간다.
하루가 지루하다.
밖으로 현장에 돌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현장에 안 나가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안으로 내실 있게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은.
비가내리지만 밖으로 2건이 있다.
아침은 성당에, 저녁은 소맥폭탄 전쟁터 간다.
진행 중인 치과 환자이니 성당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전쟁터는 빈잔 부딪히며 안주 조금 축내는 조신 모드로 임하게 됐다.
중간에 낀 낮의 점심때는 어제에 이어 마무리해야할 건이 있다.
청양과 예산에서 주신 마늘 일부인 세 접 마늘을 까는 일이다.
물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껍질을 벗기고 뽀얗게 들어난 마늘 꼭지를 잘라 고객인 데보라한테 넘기는 것이다.
할 일 없으면 낮잠이나 자고 푹 쉴 일이지 남자가 무슨......, 하고 웃을지 모르지만 다 해놓고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마늘이 걱정이었는데 대신해 줘 고맙다면서 싱글벙글하는 데보라를 보니 미안키도 했다.
여(女)는 남자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여간해서는 집안일은 도와달라는 부탁이 없다.
남(男)은 부부유별에 남녀칠세부동석을 철석같이 신봉하는지라 남녀는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소신이다.
그런데 각서 쓰고 합의를 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평행선의 양쪽을 살짝 비켜나가서 탈선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것을 깨닫는 발상의 전환도 묘미가 쏠쏠하다.
놀려선 안 된다.
좀 더 품위 있고 우아한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마늘 까기로 대신했다.
“무슨 소리, 그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는가” 하고 누군가가 말해준다면 다음은 어떨까.
칭찬받았다고 다른 일을 더 찾아서 할까 아니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단칼에 잘라버릴까.
본인이 그리고, 각자가 알아서 처신해야 할 사안이다.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