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말해준다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잉꼬부부인데 반려자가 없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지 까마득하게 앞이 캄캄할 것이다.
갑자기 밀어닥친 불우함에 당사자가 제일 곤혹스럽겠지만 그를 보는 사람도 상황이 어찌 돌아갈지 걱정이 클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말해준다.
세상이 싫고 사람이 싫어 몸져누워 식음을 전폐하며 끙끙 앓던 혼자된 배우자도 시간이 하고 기억과 감이 누그러지면서 심기일전하여 부스스 일어나 하늘을 보면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독백한다.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주변 사람들도 먼저 간 사람이 안 됐지만 새끼들을 봐서라도 기운 차려야 한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며 응원한다.
사무실 이전을 하여 업무를 시작한 지 사흘째다.
간이 사무실인 통신실로 이사를 할 때도 어려웠지만 마주친 현실은 더 아득했다.
창문 하나 없이 출입문만 있어 환기가 잘 안되고 습기 찬 폐쇄 공간이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기를 위하여 강력한 냉방을 가동 중이고, 각종 장비로부터 발생한 소음은 적정 수준을 훨씬 넘기는 db이고, 공간 한쪽에 비치한 책상 3 개와 여러 가지 비품들은 너절하고, 인터넷망은 끊긴 채로 며칠 지나야 개통이 가능한 깜깜이 상태이고, 오가는 사람들마다 열어 놓은 문 안을 들여다보며 이런 곳에서 어떻게 근무하느냐는 듯이 웃고, 사무실을 옮겼다는데 어디쯤 되느냐는 전화가 성가시고, 공사 현장 잔손 보기와 정산팀이 와 업무협의를 하자거나 어디선가 전화가 오면 잘 안 들려 고성방가해야 하고......, 맘에 드는 구석 하나 없이 싫다 싫다만 외쳤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적자생존으로 적응해야 한다.
그게 초선인 것을 작고하신 김동길 박사님을 흉내 내 “이게 뭡니까” 하고 불평불만을 해봐야 말하는 입만 아프지 아무 소용이 없다.
또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야 할 일을 안 하거나 마냥 미룰 수도 없는지라 한 달만 버티면 되니 참고서 하자면서 업무를 하고 피곤하면 밖으로 나와 구내를 한 번 도는 것으로 임해왔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다 보니 반전이 일었다.
열악했던 조건들이 유순해져 몸에 달라붙은 듯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앉아서 일하고 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고사성어에는 동의 안 하지만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라는 속담에는 동감하게 됐다.
하루 24시간이 아니라 이틀 48시간이 해결해준 것이다.
시간은 희망적이기도 하다.
EPC 1개 사(토건 & 전기), 일반도급 1개 사, 전문 도급 6개 사 (154kV GIS & Cable, 154kV EM.Tr, 23kV GIS & Cable, 화재확산 방지)를 포함한 최종 단계인 감리사의 설계변경과 준공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다음은 어찌 될지 장담치 못하지만 아마도 장마가 끝나고 닥쳐올 뜨거운 여름은 대전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준공에 만전을 기하며 그동안 함께했던 분들께 드릴 작별 인사도 구상해놔야겠다.
객지 벗 십년이라고 하듯이 야반도주하듯이 허둥지둥 현장을 떠나는 모습에 실망스러웠었다.
아무도 모른다.
누구라도 어찌하다 보면 그럴 상황이 될지 모르니 미리 미리부터 작별의 아쉬움을 나누도록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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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