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북
보령(대천) GIS 현장에 온 지 반년이 다 돼 간다.
지난해 가을 남원 ESS 업무를 끝내고 바로 왔다.
임기는 3년여다.
계약이 그런데 어떤 변수가 있어 단축 또는 연장될지 확언할 수 없다.
보령은 고향 청양과 인접한 곳으로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인연이 깊다.
잘 알고 익숙한 동네이기도 하다.
OB 전력인으로 일하는데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맛은 없어 재미는 덜 하다.
너무 친밀하고 많이 겪어본 터라 특별히 가고픈 곳이나 먹고픈 것이 없다.
서해안 중심인 보령은 좋은 동네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가고픈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 이어진 재경 지역이나 정 반대 쪽에 있는 경상도나 강원 사람들에게 그렇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보다는 “자 가보자 서해안으로”가 통한다.
해안인 당진-서산-태안-홍성-보령-서천(장항)과 해안 연장선에 있는 예산-청양-공주-부여-논산 곳곳이 명승지이자 관광지이다.
그런데 보령에 와 자리를 잡고도 외출은 거의 없었다.
보령 발전본부, 대천 시내 사택, 대전 집과 청양 고향 집을 오간 것이 고작이다.
고향에 왔으면 고향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는 차원에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인데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지 실체적으로는 안 움직여졌다.
그럴 만도 하다.
추억과 그리움이 가득한 고향이지만 전에 하도 많이 다녀본지라 나가봤자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것과 비슷하여 호기심도 매력도 덜 해서 그렇다.
그러나 예의가 안 그렇다.
마냥 침묵하고 칩거할 순 없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 처음으로 나들이했다.
대천 집에서 27km 북쪽에 있는 천북굴단지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새우로 유명한 남당항 바로 아래다.
이야기대로 많이 변해 있었다.
상전벽해 정도는 아니어도 30여 년 전과는 전혀 딴판으로 변모해 있었다.
노점상이 고작이던 포구가 소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굴 철이 지나서 좀 한산하지 굴이 한창일 때는 얼마나 북적였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동네 한 바퀴의 이만기 씨가 소개한 “굳세어라 옥수씨” 집을 찾았다.
언덕빼기에 있는 상가 9동 1호의 “가보세 굴” 집이었다.
주인집 며느리 청주댁 사장님은 데보라가 말하듯이 장사 무끼는 아닌 것처럼 순박하고 진솔함이 줄줄 흘렀다.
하지만 장사가 오히려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닳고 닳은 기질에 약삭빠른 것보다는 그런 스타일을 신뢰하고 찾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굴찜을 주축으로 굴밥, 굴 무침, 굴전, 어리굴젓, 전복과 해삼, 꽃게 무침, 간단한 밑반찬이 나오는 굴 정식(3.4만원/1인)을 한 상 때려먹고는 청주댁 사장님과 다정한 대화를 조금 나누고는 저녁 길을 천천히 달려 귀가하였다.
다음 손님들이 오시면 한 번쯤 가봄 직한 명소라 평가하고픈 천북굴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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