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카
스포츠 카(Sports car), 멋져.
대천 사택에서 출발하여 방조제와 은포리 길을 지나 야트막한 산자락에 있는 토정 이지함 선생 묘역 앞을 지날 때다.
룸미러를 보니 노란색 스포츠카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산을 넘는 구간은 굽은 길이다.
시간은 평소처럼 6시 30분 경이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아침 일찍이지만 도로는 발전소를 오가는 차들로 분주했다.
도로 사정이 그러니 추월은 위험하다.
폭주족일지라도 추월 못할 정도로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길이다.
그 차는 천천히 가는 내 차를 계속 따라 오고 있었다.
무슨 차인지 궁금했다.
운전자가 부잣집 아들일까, 묘령의 아가씨일까.
동승자는 어떤 사람일까.
나름대로 추측을 해봤다.
발전소 직원들이 이렇게 일찍 출근할 리는 없다.
발전소 공사 현장에 저런 차를 운전하여 출입할 리도 없다.
좀 이상했다.
잔머리를 더 굴려봤다.
아마도 갈매못 성지와 오천 항을 지나 천북이나 남당 항을 통하여 안면도와 연포 쪽으로 빠지려는 여행객의 차가 아닐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상상이 빗나갔다.
발전소 구내까지 계속 따라왔다.
정문에서 검문검색을 받지 않고 차 앞에 붙여 놓은 패스로 인정받아 무정차 출입을 하는데 그 스포츠카도 그렇게 했다.
신원 조회등 보안 행정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발전소 출입을 허가받은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전소 구내는 제한 속도가 30km다.
그 속도에 맞춰 천천히 운전하면서 뒤따라오는 그 차를 룸미러와 백미러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봤다.
제법 값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외제 스포츠카였다.
운전자는 남자였는데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발전소 구내에서의 스포츠카는 미스터리였다.
꼭 안 맞거나 그러라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나 공사 현장에 스포츠카가 들어오는 것은 영 안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이라 여기면 될 텐데 아무래도 영 부조화(不調和)다.
갓 쓰고 구두 신은 어정쩡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상됐다.
자수성가한 자영 업체의 젊은 사장일 수도 있고, 땅 부잣집 아들이 현장에 취직하여 몰고 올 수도 있고, 자동차 마니아로서 맘껏 기분을 내는 것일 수도 있고, 말이 외제 스포츠카이지 버려도 누가 가져가지 않을 정도로 낡은 것일 수도 있다.
해석이 잘 안 됐다.
굴리는 잔머리에 흰 머리만 더 늘어날 것 같았다.
서해안 외진 바닷가 오지의 공사 현장에 스포츠카는 해수면으로부터 반사되는 햇볕을 받아 빛을 발한다기보다는 세차한 지 몇 시간만 지나면 지저분해지는 염분 오손지역의 소금 미세 덩어리가 빌히는 우중충한 색깔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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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