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영희야 놀자, 철수야 놀자.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듯이 “철수”라는 이름이 흔했던 것 같다.
그런데 순위에는 못 들어가는지 자료에는 없다.
흔하디흔하던 철수는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곤히 들어가기는 싫은지 한 편으로는 철수가 문제가 되고 있다.
모양새가 좀 그렇다.
십 보 전진을 위하여 일 보 후퇴하는 전략적인 철수는 괜찮으나 힘에 부쳐 비굴하게 물러서는 굴욕적인 철수는 안 괜찮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철수하는가.
푸틴은 크림반도에서 철수하는가.
트럼프는 우방국으로부터 철수하는가.
E와 L 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하는가.
초등학교 교과서의 “철수와 영희”에서 철수는 철수하는가.
절대로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여의도 철수는 철수하는가.
흥남부두 철수 작전의 주역은 철수하는가.
국제공항 면세점은 철수하는가.
하루 종일 팔아봐야 전기 요금도 안 된다는 구멍가게는 철수하는가.
아메리카 퍼스트에 따라 지구촌 방방곡곡의 경찰관은 철수하는가.
부동산 한파에 얼어붙은 건설사와 복덕방은 철수하는가.
편의점의 수제 맥주인 곰표 맥주는 완전히 철수하는가.
철수하시오.
상황이 아주 안 좋소.
미련을 갖고 머뭇거리거나, 갈피를 못 잡고 망설이지 마시오.
그러다가는 파탄이 일 것이오.
하니 이유를 묻거나 토를 달지 말고 물러서시오.
강하게 나온다.
일언지하에 단도직입적이다.
그러나 강력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씩씩하게 일하고, 맛있게 밥 먹고, 다정하게 차 마시고, 기분 좋게 담배 피우고, 시원하게 땀을 씻어 내고, 즐겁게 환담하고, 땡볕에 앉아서 나른하게 졸고......,
그렇게 활력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언제 한 번 짬을 내어 삼겹살에 소주 파티라도 열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예기찮은 모종의 건이 발생하여 철수를 시키고, 말없이 그 지시에 응하는 청춘들을 보니 맘이 아프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인데 세상은 왜 그렇게 가만히 놔두질 않는 것인지......, 극복하고 이겨내는 승전보를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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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