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는 날이 장날이다

Aphraates 2025. 5. 9. 07:38

가는 날이 장날이다.

긍정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뭘사려고 갔는데 마침 장날이어서 필요한 물건도 사고, 친구를 만나 막걸리도 한잔 걸치고, 윤 박사님의 아낙네 분내음도 맡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에 꿩 먹고 알 먹고 이자,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에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석이조(一石二鳥)라 하겠다.

 

그러나 다 그렇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배신자를 자임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출근하면서 보니 멀지 않은 원산도가 멀리 보일 정도로 앞이 희미하다.

발전소의 높다란 굴뚝에서 박력 있이 거대하게 뿜어내는 하이얀 연기도 가물가물이다.

대천 지역은 온종일 시간당 2-6mm의 비가 예보됐으니 가뭄이 해소될 것 같다.

전국적으로는 대천보다 더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된데다가 태풍의 경유지인 제주도는 폭우가 예보됐다니 가뭄을 넘어 홍수 걱정이 클 것 같다.

대형 산불이 나던 경상도와 강원도도 건조주의보가 해제되어 공무원과 산불감시원들의 산불 예방 홍보 어깨띠를 벗어 놓아도 될 것 같다.

가뭄을 해소시키고 산불을 예방해주는 단비다.

장돌뱅이한테 가는 날이 장날이듯이 목마른 대지를 적시는 많은 비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이다.

 

 

그런데 미당 선생은 괴롭다.

하루를 빌 수 없는 빠듯한 공정인데 중요 작업은 물론이고 허드렛일도 못할 정도이니 발주처와 시공사들한테 그리고, 관계자와 근로자들한테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한다.

어지간하면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고 좋아할 텐데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강행군해야 하는 형편에서 일을 못하게 하는 방해꾼이 떼잽이로 찾아 왔으니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책임자분들이 오시면 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 찾아 뭐든 해야 하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짜봐도 마땅치가 않다.

대안 부재 상태다.

감사한 하늘에 무심한 하늘이라고 중얼거리는 것밖에 없을 텐데 그게 한계라고 체념하기는 너무도 아까운 하루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정도로 최악은 아니어도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 것은 분명하니 뭐에 부딪혀 씨름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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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