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파리채

Aphraates 2025. 6. 1. 03:46

사무실 김() 과장님이 대천 장을 보러 간다고 법인카드를 달라고 했다.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물었다.

카드를 얼른 건네면서 다른 거는 없는 것 같고 스프레이 살충제와 파리채나 하나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깜빡했다면서 메모지에 적었다.

발전소 현장이 바닷가에 연접해 있는 산 밑에 있다.

파리나 모기 등이 많은 것은 아니나 가끔 나타나 성가시게 한다.

그 것들이 많다면 사무실 문을 방충망으로 보호한다거나 주기적으로 살충과 소독을 하겠지만 지저분한 내륙과는 달라 그리 많지는 않다.

가끔 나타난다.

한두 마리가 출몰하여 윙윙거리면 여간 귀찮고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잡지 않으면 영 불편하다.

뭘 하는데 그 것들이 나타나면 일도 낮잠도 리듬이 깨져 이놈의 파리(모기) 새끼가 왜 이러지 하면서 서류나 얇은 책자를 흔들어 잡거나 쫓아버리지만 말을 잘 안 듣는다.

친하자는데 또는, 나도 먹고살아야겠는데 왜 그러느냐며 호시탐탐 접근을 노리고 있다.

박살을 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문을 열지 말자 신발장에 있는 파리채부터 손에 든다.

대전에서 머물다 대천 집에 가도, 대천에서 머물다 데잔 집에 가면 취하는 전쟁모드다.

혹시 재빠르게 도망치는 해충들이 보이면 민첩하게 체포 박멸 작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두 눈 벌겋게 뜨고 어어 소리만 지르다가 실패한다.

 

누구는, 무엇은 그렇다.

안 나타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제발 나 죽었소 하고 잠자코 있어 달라 사정사정한다.

그런데 아니다.

신출귀몰이 아니라 빤히 보이는데 그런다.

궁금해서 못 견디겠는지, 불안해서 안 되겠는지 게릴라처럼 나타난다.

게릴라 전으로 뭘 얻을 것이 없을 텐데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나타난 환대와 멸시와 의심을 사고 있는 모습이 참 구차해 보인다.

본인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무가내다.

지켜보거나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은 답답하다.

저 사람이 왜 그러지.

저래서는 안 되는데, 저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며 긴 한숨을 내쉰다.

갑자기 다가오는 파리나 모기는 몽둥이로 내칠 순 없다.

파리채를 흔들어 잡거나 귀찮고 보기 싫어도 그러리니 하고 넘어가는 판인데 그도 길어지고 자주 벌어지면 피곤한 일이다.

 

또 만났다.

이쪽 저쪽의 모모들이다.

잊을만할 새도 없이 등장한다.

도와주겠다는 단순한 호의인지 아니면, 망가트리겠다는 불손한 행동인지 본인들이 잘 알 텐데 제삼자들이 볼 때는 보탬(+)이 아니라 뺄셈(-)이 분명하거늘 왜 그러는 것인지 그거 참이다.

대놓고 활개를 치거나 또는, 은밀하게 암약하는 모모들.

지금은 댁들의 시대가 아니에요.

제발 사리 분멸 좀 하고 체통을 지켜주세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측에서 보면 가뭄의 단비나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신경 안 써줘도 잘 나가는 측에서 보면 백해무익한 조언이나 패가망신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는 것이어서 피할 것이다.

 

지겹다.

긴 것은 기고, 아닌 것은 아니다.

파리채 흔들 때 조용히 물러서야 잠시라도 연명할 수 있다.

계속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날아다니다가는 몽둥이로 얻어맞거나 살충제로 세례를 받아 절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6월이다.

호국보훈의 달의 시작이다.

잘살든 못살든 오늘의 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잘 되면 내 덕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라 하지 말고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께 감사드리면서 이승과 저승의 모든 분께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청하는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또 만나는 것이 반가워야지 성가신 그림은 안 그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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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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