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지척천리, 천리지척

Aphraates 2020. 9. 28. 03:33

지척천리(咫尺千里),천리지척(千里咫尺)이다.

아주 가까운데 천리이고, 먼 천리인데 가깝다는 의미다.

 

사량도는 삼천포 향촌 사택의 코앞인 항구에서 반 시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한참 아래에 있는 통영시에 속하지만 그런 구분은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그곳에 가는 항로는 통영, 고성, 삼천포에서 여러 배편이 있어 언제든지 왕복 또는 편도로 다녀올 수 있는 섬이다.

 

사량도 상하도 해안일주로

그런데 지척천리였다.

삼천포에 내려와서 업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다녀오기 간편하여 특별한 계획을 세울 것도 없이 이웃집 마실 가듯이 다녀올 만한 괜찮은 곳이니 가보라는 권유도 받곤 했다.

간절한 것까지는 아니어도 마음은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추석 연휴 전 중간에 낀 휴일을 이용하여 다녀왔다.

생각보다 아름답고, 조용하고, 편안한 섬이었다.

상도와 하도 중간마다 있는 산들은 주마간산 격으로 보면서 해안 도로 40km를 일주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웅장하고 광대한 삼천포 화력과 발전소 전용 부두를 돌아가는 항로는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재취업하여 저런 곳에서 일 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마워 앞으로도 계속하여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이면서 임무를 수행해야겠다는 각오가 새로웠고, 데보라의 응원은 높아진 기분을 한층 에스카레이션시켰다.

 

남해 한려수도(閑麗水道)에서의 당일치기 여행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반나절의 오찬 여행의 지척천리 일정을 끝내고 아름다운 삼천포 대교의 석양을 뒤로하고 귀가하였다.

어제 부산에 연이은 나들이라서 좀 피곤했다.

팔다리는 아프지만 여행 한 번 잘했다는 김희갑 씨의 팔도강산 영화에서나 서수남 하청일씨의 팔도유람 노래에서처럼 흐뭇한 기분으로 샤워를 하고 다리를 맛사지하면서 피로를 풀었다.

 

하루를 정리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열었다.

이번에는 서해 사건의 당면과제가 온통 화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남과 북 우리는 서로가 천리지척일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한숨이 나왔다.

하나이어야 할 한반도가 둘로 갈라진 자체가 근본적인 난제인지라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맘먹기에 따라서는 천리지척형으로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을 텐데 뭐가 그렇게도 걸리는 것이 많은지 서글펐다.

 

서해 5도 NLL

추석이 지척(咫尺)이다.

명절 때만 되면 더욱더 짙어지는 천리(千里)인 이산가족 노인의 눈물과 비전향 장기수의 하소연이 오버랩되면서 우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탄식이 그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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