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
추위에는 좀 강한 편이다.
반대로 더위에는 많이 약하다.
일정 온도로 오르면 견딜 수가 없다.
그 온도 한계치가 실내 기준으로 32-33℃ 정도인 것 같다.
헤헤거리다가도 그 온도 언저리가 되면 기가 팍 죽는다.
만사형통이 아니라 만사불통이다.
좋고 나쁘고, 하고 안 하고가 없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일단은 더위를 피하고 봐야지 안 그러면 병날 정도로 안절부절못한다.
어제 온종일 충대에 차를 세워 뒀다.
과업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차 문을 여니 말씀이 아니었다.
열기가 대단했다.
좀 과장되게 얘기하면 숨 쉬는 것이 어렵고, 달걀부침이 될 정도였다.
일단 차 시동을 걸고 문을 활짝 열었다.
밖의 백미러를 작동시켰더니 열 받아 쩔어 붙었는지 꿈쩍 안 했다.
뜨거워진 차를 바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좀 식으라고 백미러에 부채질했다.
밖 온도도 만만치 않았지만 온종일 내리쬐는 땡볕에 열 받은 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한참을 부치고 작동을 시켜보니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작동이 되었다.
만약에 작동을 안 하면 억지로라도 작동시켜야 할 텐데 다행이었다.
백미러에도 그렇고 차에도 미안했다.
여간해서는 지하 주차장이나 정해진 주차장에 주차한다.
차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크게 신경 쓰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차량 관리를 잘 하는 편인데 가끔 이렇게 차를 혹사할 때가 있다.
뜨거운 차 문을 툭툭 두드리며 본의 아니게 그리됐으니 서운해하지 말고 주인장 좀 잘 모시고 다니라고 부탁하였다.
차를 식혀 집에 왔더니 시원했다.
28℃에 맞춰 가동 중인 에어컨 덕분에 서늘할 정도였다.
시원한 데서 푹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거실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밖 온도가 어떤지 간을 봤다.
에어컨이 가동 중인 실내보다는 좀 높은 듯했으나 어제처럼 손을 얼른 거둬들이면서 아이코 하는 소리를 낼 정도는 아니었다.
앞 베란다로 나가 몸 전체로 더위를 느껴보니 그리 가혹한 것은 아니었다.
에어컨을 켜고 밤샘한 것이 상큼하질 않고 뿌지지하여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밖 기온이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문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주방에 있는 데보라한테도 주방, 뒷방, 다용도실 문을 최대한 열도록 하여 환기를 시켰다.
에어컨이 만들어 준 찬 기운이 나가 실내온도가 좀 오르긴 했겠지만 오히려 산뜻한 느낌이었다.
청소기 돌리기 당번 역할에 충실했다.
문을 다 열어 놓고 털이개를 들고 다니면서 곳곳을 털어내고 청소기를 돌렸더니 조금씩 부는 바람도 상큼하고, 집안 전체가 뽀숭뽀숭했다.
문명의 이기 도움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역시 자연 그대로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컨이 실내 온도표시가 32를 가리키면 다시 에어컨을 안 틀 수 없을 텐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나 그대로 두고 볼 판이다.
문, 열어.
있는 대로 다 열어.
아파트라서 못을 박아 못 열게 만든 문은 없는 것 같은데 행여 그런 것이 있으면 못을 빼내고 활짝 열어.
오늘 전국적으로 비도 온다는데 그러면 훨씬 나을 테니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고 맘을 열어.
문을 여는 것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전기 절약으로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실내 공기 자연 순환으로 주인장과 살림살이의 건강도 증진시킨다.
십여 년 만에 가동시켜도 잘 돌아가는 것이 기특하여 이 여름이 지나면 입고시키려던 계획을 바꿔 삼일천하로 다시 빛바랜 커버를 씌워 밀봉을 씌우려 한다.
휴가를 못 가니 대형 고가의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려 코로나 난국에서도 쾌재를 부르는 분야도 많단다.
멀쩡한 것을 처리 비용까지 줘 가면서까지 폐기할 것이 아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다.
몇백만 원 아끼는 지혜와 내 것은 소중히 여기는 절약 정신도 발휘하면 마당 쓸고 동전 줍는 일거양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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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