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저좀, 저도

Aphraates 2021. 12. 7. 05:22

저좀 도와주세요.

저도 도와주세요.

 

취업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명암이 엇갈린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고, 그 대상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다.

구직자측에서는 취직할 곳이 없단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단다.

일하고 싶은지 여부를 떠나 일자리가 절대로 부족하단다.

문제가 그리 단순하면 해결하기 쉬울 텐데 안 그렇다.

다른 편인 구인자 편에서는 쓸 사람이 없단다.

일이 늘어나고 사업을 확장해야겠는데 그에 맞는 사람이 적고, 있더라도 원하는 임금과 조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선뜻 응하기가 어렵단다.

 

갈 곳도 부족하고, 올 사람도 부족하다.

양측이 동시에 부족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주일 공동체 미사 전에 몇몇 형제님들과 성당 로비에서 담소를 나눴다.

어린아이 이 빠지듯이 듬성듬성 성당에 나오는 삼천포인(三千浦人)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상황 설명이 필요했다.

현장이 연말로 마무리될 것 같은데 그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장담할 수가 없이 예측불허라 했다.

일을 그만하겠노라고 하면 향촌에 정착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종결되지만 일을 더 하게 될 것 같으면 조직과 조직인에 충실해야기 때문에 임의로 거취를 결정할 수가 없음을 설명했다.

우리 분야에서는 취직난보다는 구인난이 더 심하다고 덧붙였다.

함께 대화하던 건축 전문가 아우님이 직종을 가릴 거 없이 기술자들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사실이 그런 것 같다.

직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술자들이 부족하여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어른이라고 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위계질서가 파괴된 지 오래됐다.

누구는 행복한 고민이고, 누구는 불행한 행보다.

복 받은 기술자들은 일자리의 질을 따지고, 박복한 사무인들은 일자리의 양을 걱정한다.

대화를 함께 나누던 사무직 공직자 출신 형님께서 오라는 곳이나 갈 곳도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탄을 하셨다.

종종 듣는 안타까운 소리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답답하다.

 

눈이 아프도록 온종일 서류 작업을 했다.

찬물로 눈을 씻어 내고, 한여름이나 시험 기간에 저절로 찾아지던 초콜릿도 당겨서 먹었더니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 무겁지 않은 몸과 맘으로 퇴근을 하는 중이었다.

발전소에서 사택까지 6km 길을 오는데 두 분한테서 왔다.

구인 전화였다.

한 분은 안면이 있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안면은 없으나 회사는 이름을 들어보던 곳이었다.

모르는 데서 가끔 연락이 오는 것이 아마도 인력 데이터 뱅크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 같았다.

 

전화 용건은 두 분이 다 같았다.

약속이나 한 듯이 판박이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는 선뜻 저좀 도와주세요였다.

이어지는 부연 설명도 대동소이했다.

현장에 파견할 기술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미당 선생의 전화응대도 판에 박힌 듯이 두 분에게 같았다.

첫마디는 저도 도와주세요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소연은 아시다시피 이 현장을 마무리해야 하고, 별스럽지 못한 사람이 나이 들어 전직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며 그런 처지를 양해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잠시 나눈 대화의 결론도 전과 동이다.

부족한 사람을 그렇게 찾아주시고 배려해주시어 고마우니 다음에 기회를 주십사 하는 수화자의 인사에 늘 기다리고 있으니 같이 한 번 함께 즐겁게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는 송화자의 인사다.

도와달라는 데는 이견이 없이 저좀저도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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