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인
학교나 공공건물 같은 데 출입구에 “잡상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안내원이나 경비원 같은 출입 관리원이 손님이나 직원을 가장하여 출입하려고 하면 귀신같이 알고 다가와서는 꼬치꼬치 따져 물으면 다 들통나 들어가자고 사정사정해도 출입이 제한되어 “함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거 어지간히 빡빡하게 구네” 하고는 물러서기도 했다.
시내·외 버스나 기차와 전철에서도 운전사들이나 공안원들이 그렇게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를 해도 잡상인이나 구걸인이 들어와 소란을 피워 불편하고 두려울 때도 있었다.
모두가 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추억의 한 장면이다.
손발만 움직이면 먹고사는데 큰 지장이 없이 좋아진 지금이야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일하려 해도 일자리가 없고, 먹고자 해도 먹을 것이 없던 궁핍한 시절에는 흔히 볼 수 있고 일정 용인된 일이기도 했다.
잡O 이야기를 하려다가 잡상인이 떠올라 한 번 더듬어봤다.
잡O이라......,
점잖게 표현하면 선인도 악인도 아닌 중간의 잡인(雜人)을 말한다.
또 세상의 전 분야를 아우르며 앞장서 나간다는 정치인들이 정치는 고고하고 우아한 양반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잡O들이 하는 것이라며 자랑스럽고 대견스럽게 자신을 비하하는 것도 생각해본다.
존경받아야 할 어른들이 그 무슨 쌍소리인가 하고 마뜩잖게 생각한 적도 있는데 죽 살아오다 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알게 되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닳고 닳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아직 그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정치를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나쁜 소리도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 다양한 사고와 행동으로 유연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
한 가지에 전문 분야만 골똘하거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직 명령계통에 익숙한 사람들이 경직되게 정치를 하게 되면 시행착오가 많아 실정하기에 십상이다.
심심치 않게 튀어나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큰 판이 벌어져 갑론을박이다.
넓게 보면 토사구팽을 당한 것이 맞지만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도 아니니 대의를 갖고, 대인으로, 대행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충고인지 협박인지 하는 측이 있다.
반면에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고 있다며 단물 빼 먹을 거 다 빼먹고 내치며 맞보기로 나오는 판에 세게 나와야지, 안 그러면 아주 깔아뭉개 없애려고 할 것이라며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이야기만 하지 말고 역지사지해보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조만간에 또는 장기적으로 어떤 결말이 나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약육강식의 자연 현상은 우리를 슬프고 아프게 만든다.
성인군자도 모셔와 보고, 솔로몬의 지혜도 적용해보지만 답이 없고 끝이 없는 것이니 세상 이치와 인간 도리 애 가깝게 하자고 하소연하는 것도 개미 소리만 하게 들려 존재감이 없어 안타깝다.
잡인들의 끼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다 잘살아 보자고 하는 것이다.
완벽한 승리나 철저한 패배는 있을 수 없다.
공자 앞에서 문자쓰는 것인지 모르지만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타협하고, 배려하고, 화합하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날들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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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