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정신
내가 주인이라는 자세로 일을 해라.
내가 최고의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라.
이른바 주인 정신과 장인 정신이다.
미당 선생이 조직 생활을 하던 근대화 시기와 첨단고도 산업사회가 되기 전의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던 밀이다.
입사 시험이나 채용 시험에서 단골로 출제되던 논문 제목이기도 했고, 교장 선생이나 기관장이 학생과 직원 조회를 할 때 빠트리면 서운하다고 할 정도로 꼭 넣어야 하는 약방의 감초이기도 했다.
말하는 측이나 듣는 측이나 그런 정신을 함양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을 뿐 아니라 대를 이어 세습하듯이 물려주고 물려받아 잘도 써먹었다.
정신 무장이 철저하게 되어 있었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고 상상을 초월하는 실적을 내 우리가 이렇게 잘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어김없이 통하는 금과옥조 같은 교훈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오늘의 우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불쑥 솟아난 것도 아니다.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이다.
그러나 그렇게 강조하던 주인 정신과 장인 정신에 균열이 가고, 빛이 좀 바랜 감이 없지 않다.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그 말을 언급하려고 하면 신상은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그만하시라며 만류한다.
만고불변의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시대에 잘 안 맞아 준용할 정도밖에 안 되는 그게 전부인 양 오버하지 말라고 견제를 하는 것이다.
그도 아주 틀린 것이 아니고 일리가 있는 것이니 신구(新舊) 세대가 적절하게 섞어 잘 활용했으면 한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회 훈시에서 주인 정신을 강조하셨단다.
근래 보기 드문 이색적인 모습이다.
좀 어색했을 것 같기도 하다.
미당 선생 같은 세대들은 그거 참 시원하게 한 말씀 잘 하셨다면서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할 것은 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박수를 칠 것이다.
비서실 전 직원이 참석했다는 조회에서도 박수를 받았을지는 미지수다.
비서실 직원 연령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모르지만 주도적으로 일하는 그룹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는 MZ 세대이거나 약간 그 이상의 직원들일 텐데 과거 회귀하는 듯한 것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실장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나 지금 그런 식으로 다잡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잘 안 돌아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서는 답답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다며 수군거릴 것 같기도 하다.
비서실장이라면 왕정 시대로 치면 도승지다.
정식 조직 체계상으로나 문고리 권력상으로나 그 어느 정치인이나 행정관료보다도 막강 파워를 가지는 자리다.
또 백성한테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영의정보다도 실세로 통한다.
공식적인 훈시가 아니라 사적으로 눈빛만 보여도 다들 사시나무 떨 듯이 하면서 일사천리로 돌아갈 텐데 제발 주군을 잘 섬기고 백성을 사랑하는 신하가 돼 달라고 간청하고 군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참 격세지감이다.
수수하고 소탈해 보이는 실장께서 공직자의 원론적인 모습을 강조하신 것이니 그대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보문산 자락에서 먹던 열무김치와 고추장이 범벅이 된 꽁보리밥에 구수한 된장국이 생각나기도 한다.
폐일언하고 우리 것은 좋은 것이고,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말씀이니 좀 거슬리더라도 귀담아듣고 실천하는 우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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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